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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구토 투혼’ 김원호, 첫 母子 메달리스트 됐다

온카뱅크관리자

2024-08-03 00:56:00

배드민턴 혼합복식 은메달 							“이제 ‘길영아의 아들’로 살지 않고,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게요.” 배드민턴 국가대표 김원호(25·삼성생명)가 올림픽 메달을 확정한 후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길영아(54) 삼성생명 배드민턴단 감독 아들이다. 길영아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금메달(혼합 복식)·은메달(여자 복식), 1995 세계선수권 여자 복식 우승, 1993~1995 전영오픈 여자 복식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한국 배드민턴계 전설. 엄마가 28년 전 금메달을 땄던 종목에서 아들도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올림픽 모자 메달리스트는 길영아-김원호가 처음이다. 부녀는 기계체조 여홍철(1996 애틀랜타 은)-여서정(2020 도쿄 동)이 있었다. <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23/2024/08/03/0003850296_001_20240803005648098.jpg" alt="" />2일(현지 시각)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 복식 결승전에서 김원호(왼쪽 사진 오른쪽)가 상대 공격을 받아내고 있다. 정나은(왼쪽)과 한 조로 나선 김원호는 이날 중국 정쓰웨이-황야충 조에 0대2로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른쪽 사진은 김원호 어머니 길영아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 출전한 모습. /연합뉴스·조선일보 DB 										김원호는 정나은(23·화순군청)과 짝을 이뤄 메달을 따냈다. 여정은 험난했다. 혼합 복식 세계 8위로 조별 예선에서 1승 2패로 겨우 통과했다. 8강을 거쳐 오른 준결승에서는 세계 2위 대표팀 선배 서승재(27·삼성생명)-채유정(29·인천국제공항)을 만나 경기 도중 비닐봉지에 구토를 할 정도로 전력을 다해 뛰어 1시간 12분 혈투 끝에 승리를 만들어냈다. 지금껏 국제 대회에서 다섯 번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선배들이었다. 메달이 확정된 순간 김원호가 한 말은 사실 길영아가 전해준 애기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한 그는 숙명적으로 ‘길영아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늘 쫓아다녔다. 잘하든 못하든 “길영아 아들이래”라는 수군거림을 들어야 했다. 어느 날 김원호가 “엄마가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어”라고 말하자 길영아는 “배드민턴계에서 엄마는 평범한 사람일 수가 없다. 스스로 ‘길영아 아들’로 살지 말고, 엄마를 ‘김원호 엄마’로 살게 해달라”고 말했다 한다. 메달을 딴 순간 그는 그 말을 떠올린 것이다. 김원호는 고3 때는 실력자로 평가받아 졸업하면서 배드민턴 명문 삼성전기(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그때도 감독이 엄마 길영아. 부담이었다. 특혜 논란이 나올까 봐 길 감독은 아들 지도를 다른 코치들에게 맡겼다. 배구 선수 출신 아버지 김상훈씨는 “주니어 대표팀, 성인 대표팀에 실력으로 뽑혔는데도 안 좋게 보는 시선들이 있어서 원호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묵묵히 잘 이겨내줘서 지금 행운이 온 것 같다”고 했다. 길영아는 파리에서 직접 아들 경기를 다 봤다. “아들 얼굴을 보니까 곧 토를 할 것 같아 보였다. 토하고 다시 하라고 소리도 질렀는데 안 들린 것 같더라”며 “지금 얼마나 힘든 상황까지 왔는지 내가 너무 잘 알아서 가슴이 쓰라렸다”고 말했다. 길영아는 아들에게 “세계 10위 안에 있으면 실력은 다 종이 한 장 차이다. 올림픽은 하늘이 주는 기회니까 최선을 다하고 나서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고 했다”며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