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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스코티시 오픈 개최 '르네상스 골프클럽'의 상징적 의미

온카뱅크관리자

2024-08-02 07: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8/02/0000045046_001_20240802070007620.png" alt="" />로버트 매킨타이어가 지난 7월 14일 스코틀랜드 노스버윅에서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2024 골프대회에서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div> 골프는 다른 선수와의 대결이지만, 사실은 그 이상이다. 골프를 치면서 상대 선수나 동반자에 집착하면, 우리는 골프의 진면목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2023년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 있었던 일이다. 로버트 매킨타이어는 14언더파 선두로 경기를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다른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 조에는 로리 맥길로이가 있었다. 맥길로이는 17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해 14언더파로 공동 선두가 되었다. 그의 동반자는 우승권에서 멀어진 김주형이었다. 18번 홀의 맥길로이에게 경기를 끝낸 매킨타이어는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버디를 하면 우승을, 파를 하면 연장전을, 보기를 하면 패배를 하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심한 바람과의 싸움이며, 페스큐 잔디로 이뤄진 거친 러프와의 싸움이었다. 코스 설계자와의 싸움이며, 당일 코스를 셋업한 코스 매니저와의 싸움이었다. 스코틀랜드 링크스 골프는 페어웨이에 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골퍼는 불규칙 바운스라는 운과도 싸워야 한다. 맥길로이의 티샷은 강한 맞바람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했다. 세컨드 샷에서 핀까지 남은 거리는 202야드였다. 4번 아이언을 잡았던 그는 고심 끝에 2번 아이언으로 바꿔 잡았다. 조금 두껍게 맞은 듯한 그의 샷은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깃대를 네 걸음 지나 멈췄다. 불규칙한 바운스와 시속 40㎞의 맞바람 속에서 2번 아이언으로 컨트롤 샷을 구사해 202야드를 붙이는 것은 실력보다 운에 가깝다. 맥길로이에게 행운은 이전 홀에서도 있었다. 그는 다섯 걸음의 거리에서 퍼팅하고 실수를 직감했다. 바로 자세를 풀고 실망하며 홀컵으로 향했는데, 왼쪽으로 빠질 듯한 볼은 바람을 타고 홀컵으로 흘러 들었다. 분명한 행운이었다. 골프는 완벽함으로 구성되는 경기가 아니라, 실수로 구성되는 경기라고 말한 밥 로텔라의 말이 떠올랐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8/02/0000045046_002_20240802070008389.png" alt="" />2024 스코티시 오픈에서 루드비히 오베르크 선수가 9번홀에서 샷을 날리고 있다. photo 뉴시스</div> 김주형을 강하게 만들었던 스코티시 오픈 바람, 실수와 행운은 맥길로이에게 우승의 기회를 주었다. 18번 홀에서 퍼팅을 준비하던 맥길로이에게 흔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이틀 연속으로 맥길로이와 우승을 다투면서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김주형은 뒷심 부족으로 선두에 3타 뒤진 채로 마지막 파퍼팅을 남겨 두고 있었다. 그의 파퍼팅 거리는 맥길로이의 버디퍼팅 거리보다 짧았으나 김주형은 먼저 퍼팅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것은 챔피언 퍼팅을 남겨 둔 맥길로이에 대한 배려였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배려였다. 그의 퍼팅 거리는 두 걸음 정도 되어 보였다. 퍼팅에 성공했다면, 단독 3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김주형이 퍼팅 자세를 취했을 때, 공이 바람에 조금 움직였기 때문에 김주형은 레프리를 불렀다. 시간이 길게 소요되었고, 결정적 퍼팅을 남겨두고 있던 맥길로이는 리듬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맥길로이를 배려하려고 했던 상황이 오히려 그에게 미안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랜 기다림 끝에 시도한 김주형의 퍼팅은 홀컵을 지나갔다. 평상시라면 마크하고 공을 닦은 후에 다시 정열했겠지만, 이미 맥길로이로부터 많은 시간을 빼앗았기 때문에 그는 루틴을 가져가지 않았다. 짧은 퍼팅을 다시 놓치고 더블보기를 했다. 그는 단독 3위에서 공동 6위로 내려앉았다. 김주형은 프로선수라면 해서는 안 되는 선택을 했다. 동반 플레이어를 위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골프를 가져가지 못했다. 그것은 맥길로이에게 베푼 배려가 아니라 자신의 골프에 대한 배신이었다. 유러피언 투어 CEO인 키이스 펠리는 "강한 멘탈은 타이거 우즈가 뒤에서 다그쳐도 자신의 루틴을 지킬 수 있는 힘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들었을 때, 프로선수가 그런 멘탈이 없겠는가 싶었지만,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김주형이 보여주었다. 타이거 우즈가 아니라 로리 맥길로이였고, 디오픈이 아니고 스코티시 오픈이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김주형은 스코티시 오픈에서 깨달음을 얻고 성장했다. 한 주 뒤에 열린 디오픈에서 그는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공동 2위의 성적을 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8/02/0000045046_003_20240802070009523.png" alt="" />스코티시 오픈이 열리는 르네상스 골프클럽의 클럽하우스. photo renaissance golf club</div> 스코틀랜드 골프 영웅이 다시 탄생한 곳 김주형이 더블 보기를 기록한 후에 맥길로이는 침착하게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고 스코티시 오픈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는 아이리시 오픈, 스코티시 오픈과 디오픈을 모두 우승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매킨타이어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깔렸다. 4일 동안 친 266타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중 한 타만 더 잘 쳤다면, 그중 한 타에서 행운이 있었다면, 수많은 불운 중 하나만 비껴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스코틀랜드는 골프의 고향이지만 콜린 몽고메리 이후에는 골프 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스코틀랜드 골퍼는 "스코틀랜드 링크스 골프와 미국 파크랜드 골프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링크스에서 골프를 배운 스코틀랜드 선수가 PGA 투어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한다"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스코틀랜드는 스코티시 오픈에서도 1999년 콜린 몽고메리 이후로는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매킨타이어는 스코틀랜드 골프팬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지 못했다. 그의 패배는 어떤 대회, 어떤 선수의 패배보다 쓰라려 보였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유명한 경구가 있지만,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다. 가끔 그렇게 보일 뿐이다. 지난 7월 15일에 끝난 2024년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에서는 역사의 데자뷔 같은 일이 벌어졌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8/02/0000045046_004_20240802070009880.png" alt="" />르네상스 골프클럽은 스코틀랜드 골프 성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photo renaissance golf club</div> 대회명에 한국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 매킨타이어는 16번 홀에서 이글을 기록하며 아담 스콧과 동타를 이뤘다. 그에게도 지난해 맥길로이와 같은 행운이 있었다. 16번 홀 티샷이 깊은 러프에 빠졌지만, 스탠스가 스프링클러에 걸렸기 때문에 깊지 않은 러프에 공을 드롭할 수 있었다. 247야드를 남기고 친 세컨드 샷이 핀에 붙었고, 이글을 기록하여 공동 선두가 되었다. 아담 스콧이 17언더파 선두로 경기를 끝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18번 홀 티샷박스에 선 그는 지난 대회 클럽하우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 것처럼 보였다. 지난해 맥길로이와 같은 입장에 놓인 그는 골프가 상대 선수를 이기는 게임이 아니란 것을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버디를 하면 우승을, 파를 하면 연장전을, 보기를 하면 패배하는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와 핀 사이에는 거리가 있고, 바람이 있고, 페스큐 잔디가 있을 뿐이었다. 그와 핀 사이에 아담 스콧이 있는 것이 아니며, 동반자인 루드비히 오베르크가 도움을 주거나 방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167야드가 남은 상황에서 친 그의 세컨드 샷은 정확한 거리를 날아가 핀 좌측에 떨어졌다. 지난해 맥길로이가 버디 퍼팅을 남겨 놓은 위치보다 두 걸음 먼 위치였다. 지난해 김주형처럼 우승권에서 멀어진 오베르크는 매킨타이어의 버디 퍼팅보다 짧은 파퍼팅을 남겨 두었지만 퍼팅하지 않고 마크를 하고 뒤로 물러섰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아담 스콧은 초조하게 기다렸다. 한때 최정상의 선수였던 그는 이제 43세가 되었고, 지난 4년 동안 승리가 없었다. 그는 누구 못지않게 승리에 굶주려 있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마지막 퍼팅을 남겨 놓은 매킨타이어가 아담 스콧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라이를 보며 코스 설계자의 외도를 파악해야 했고, 그린키퍼가 조성한 그린 스피드에 주목해야 했고, 아침과 다른 저녁의 잔디 길이를 고려해야 했다. 그의 신중한 퍼팅은 조금 짧은 듯했지만, 공은 마지막 순간에 힘겹게 한 바퀴를 더 굴러 홀컵에 떨어졌다. 25년간 지속된 스코틀랜드 골퍼의 갈증이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지난해에 받은 상처는 올해의 영광을 더욱 값지게 만들었다. 스코틀랜드에 다시 골프 영웅이 탄생했고, 두고두고 회자될 골프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자동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이름은 스코티시 오픈과 함께 골프 역사와 스코틀랜드 골프팬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게 되었다. 우리의 시선이 동반자에게만 머무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시선은 코스 설계자에게도 머물러야 하며, 코스 매니저에게도 머물러야 하며, 자연 상태와 날씨에도 머물러야 한다. 동반자와의 승부에만 집착하면 골프의 진면목을 여러 모로 놓치게 된다. 스코티시 오픈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골프의 진면목을 일깨워 주었다. 미국 골프와 스코틀랜드 골프의 가교 르네상스 골프클럽 왼편으로는 최초의 골프클럽인 HCEG 뮤어필드가 있고, 그 왼쪽으로는 스코틀랜드 퍼블릭 골프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굴레인 골프클럽이 있다. 오른편으로는 링크스 골프와 파크랜드 골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처필드 골프클럽이 있고, 그 오른쪽으로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노스베릭 골프클럽이 있다. 스코틀랜드 골프 성지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르네상스 골프클럽을 만든 것은 미국 자본이다. 그들이 2008년에 골프코스를 만들 때부터 염두에 둔 것은 스코티시 오픈이었다. 르네상스 골프클럽은 2019년부터 매년 스코티시 오픈을 개최하고 있다. 스코티시 오픈은 유로피언 투어와 PGA 투어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최초의 대회다. 르네상스 골프클럽과 스코티시 오픈은 유럽과 미국 골프의 협력을 상징한다. 이런 의미 있는 대회를 제네시스가 후원하는 것은 뜻 깊은 일이다. 스코티시 오픈은 디오픈 일주일 전에 펼쳐진다. 디오픈 대회 직전에 선수들이 좌절하는 것을 막기 위해 르네상스 골프클럽은 링크스적 요소를 다소 중화시켰다. 페어웨이를 비교적 넓게 조성했고, 코스에 물을 적당히 주어 페어웨이와 그린이 너무 딱딱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링크스 특징을 그대로 살려, 링크스 코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디오픈 코스에 적응하도록 만들었다. 콜린 모리가와는 2019년 스코티시 오픈에서 처음으로 링크스 코스를 경험했다. 71위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그는 경기 후에 링크스 코스 공략법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 주 뒤에 로열 세인트조지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콜린 모리가와는 링크스 코스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 모리가와는 그의 우승이 행운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시까지는 몰랐다. 2008년 로열 버크데일에서 열린 137회 대회에서 2023년 로열 리버풀에서 열린 151회 대회까지 디오픈은 매년 다른 챔피언을 내고 있다. 어떤 선수도 두 번 우승하지 못했다. 스코티시 오픈은 2003년 이후로 누구에게도 두 번의 우승을 허용하지 않았다. 링크스 골프가 실력에 의해서만 좌우된다면, 링크스 골프가 상대 선수와의 대결만으로 구성된다면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다. 골프는 다양한 차원의 싸움이다. 그것이 골프의 진면목이다. 다양한 차원의 싸움에 늘 행운이 개입하는 것은 링크스 골프의 또 다른 진면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