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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문명인이 싫다” 평생 천둥벌거숭이일 줄 알았는데…세상 바꾼 까칠男의 사연[이원율이 만난 사람-이태호 교수]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2
2024-07-10 18:19:2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미술계 대가’ 이태호 교수에게 그의 삶,<br>그리고 폴 세잔의 여정을 함께 들어보다</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HfXyiKj4zj">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jVBCoWA0N"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목욕하는 사람'(일부), 1885, 캔버스에 유채, 127x96.8cm, 뉴욕 현대미술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36027sdln.jpg" data-org-width="767" dmcf-mid="Utyg7y2X3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36027sdln.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목욕하는 사람'(일부), 1885, 캔버스에 유채, 127x96.8cm, 뉴욕 현대미술관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ZAfbhgYcFa" dmcf-ptype="general"> <div> <div> <div> </div> <strong><strong>"흥. 웃기고 있군!"</strong></strong> <br> <p>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언덕이 보이는 곳에 있는 <strong>카페 게르부아(Cafe Guerbois)</strong>. <strong>화가 <span>폴 세잔</span>이 테이블을 탁 치고는 대뜸 소리쳤다.</strong> 산만한 몸집에 지저분한 수염, 보풀 많은 외투 등 범상치 않은 그의 돌발행동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에두아르 마네와 에드가 드가, 클로드 모네와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같은 카페에 있던 동료 화가들도 하던 말을 멈췄다. 과거와 요즘 예술은 이렇고, 미래 예술은 이래야 한다는 식의 토론 또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세잔은 벌떡 일어섰다. 그러더니, 자리를 박차고 그대로 나가버렸다.</p> <br> <p>“우리 중에서도 가장 특이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누군가는 그런 세잔에 대해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p> <br> <p><strong>지금에서야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사실 세잔이 본격적으로 ‘평가’를 받기 시작한 건 그가 50대에 접어들 무렵이었다.</strong></p> <br> <p>세잔은 오랜 기간 무명 화가였다. 그뿐인가. 세잔은 긴 세월 관객에게 비판받고, 동료 화가에게까지 고집불통이니, 독불장군이니 조롱받는 예술가였다. 이는 세잔의 삶이 처음부터 꽃길은 아니었다는 걸 방증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외려 딱하고, 꼬장꼬장하고, 텁텁하게 산 기간이 훨씬 더 많았으리라는 걸 짐작하게 한다. 빽 소리를 지르곤 카페에서 대뜸 나가버린, 30대였던 당시 청년 세잔도 쉽지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p> <br> <p>그런 세잔이 택한 게 은둔이었다. 그는 곧 외부와 사실상 단절한 채 그림만 그리기 시작했다. 사과를 그리고, 산과 마을을 그리고, 그렸던 걸 또 그리면서 사는 삶이었다. 이때만 해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strong>평생을 주목받지 못하고 산 그에게, 압도적 규모의 성공이 다가오고 있을 줄은.</strong></p> </div> </div>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5mM8YEts3g"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율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37368hqem.jpg" data-org-width="1280" dmcf-mid="u8VGoVkPU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37368hqem.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율 기자] </figcaption> </figure> <p dmcf-pid="1sR6GDFOUo" dmcf-ptype="general"><strong>지난 4일, <span>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span>와 서울 연희동의 한 작업실에서 세잔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strong></p> <p dmcf-pid="tOePHw3IFL" dmcf-ptype="general">이 교수는 문화예술계에서 손꼽히는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국립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전남대 교수·박물관장, 명지대 교수·박물관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지냈다. 세잔에 대해 연구도 하고 국내 미술계에서의 오류도 짚어냈다.</p> <div dmcf-pid="FnqpwehL7n" dmcf-ptype="general"> <p><strong>이날 만난 그는 세잔의 삶을 새롭고도 흥미롭게 해석했다.</strong> 당시 시대 배경과 시사점 등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와 함께 세잔의 길을 다시 걸어보고, 세잔의 여정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빈틈’ 또한 추적해 봤다.</p> <div> 문명을 싫어한 ‘금수저’ </div>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3LBUrdlo7i"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자화상'"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38913abdr.jpg" data-org-width="1280" dmcf-mid="7mli0lBW7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38913abd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자화상' </figcaption> </figure> <p dmcf-pid="0obumJSg0J" dmcf-ptype="general"><strong>“세잔은 엄청난 부잣집 아들이었어요.</strong> (세잔의 아버지는)모자 장사로 부를 쌓았는데, 그 돈으로 은행을 차렸어요. 19세기 중후반부터 20세기의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유럽은 이른바 초기 자본주의 시대였어요. 그땐 국가가 아닌 개인도 은행 주인으로 나설 수 있었지요. 그러니까, (세잔 집안에는)어마어마한 재력이 있었을 거예요.”</p> <p dmcf-pid="px3ZN8wMUd" dmcf-ptype="general">세잔은 1839년 프랑스 엑상 프로방스에서 출생했다.</p> <div dmcf-pid="UM05j6rRze" dmcf-ptype="general"> <p><strong>이 교수 말처럼 알고보면 세잔은 태어날 때부터<span> ‘금수저’</span>였다.</strong> 꽁한 얼굴의 초상화를 볼 때 들 수 있는 생각과는 다른 부분이다. 세잔이 억세보이는 인상을 가진 이유는 따로 있다. <strong>이 교수에 따르면 세잔은 거친 땅인 <span>시칠리아</span>의 혈통을 갖고 있었다.</strong> 큰 얼굴과 건장한 체격, 짙은 수염과 단단한 주먹 모두 이 핏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세잔의 아버지는 덩치 큰 아들 녀석을 법대로 보냈다. 그렇게 가업을 이을 요량이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uRp1APmezR"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목욕하는 사람', 1885, 캔버스에 유채, 127x96.8cm, 뉴욕 현대미술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0348dlce.jpg" data-org-width="1280" dmcf-mid="zpixZmph7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0348dlce.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목욕하는 사람', 1885, 캔버스에 유채, 127x96.8cm, 뉴욕 현대미술관 </figcaption> </figure> <div dmcf-pid="7uhm83e77M" dmcf-ptype="general"> <p><strong>문제는 세잔이 법에도, 은행 일에도 영 소질이 없어보였다는 점이다.</strong><strong>그가 관심을 보인 건 <span>그림</span>뿐이었다.</strong> 고집불통 아들은 결국 1851년, 화가 꿈을 안고 호기롭게 파리 땅을 밟았다. 당시 스물두 살이었다. 하지만 파리에서 예술가로 눈길 끌기는 하늘의 별 따기 같은 일이었다. 세잔은 환영받지 못했다. 그 시절 세잔 특유의 어두침침한 작풍과 별난 성격 모두 도마 위로만 오를 일이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z7ls60dz7x"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레스타크의 붉은 지붕'"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1869zplp.jpg" data-org-width="1280" dmcf-mid="qrfBCoWAu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1869zpl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레스타크의 붉은 지붕' </figcaption> </figure> <p dmcf-pid="qE62vjXDzQ" dmcf-ptype="general"><strong>“세잔은요. <span>문명(文明)</span>을 싫어했어요. ‘문명인이 싫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악수도 하지 않을 정도였어요.</strong> 신조만큼 성격도 특이했어요. 신경질적이었지요. 그런 증상이 악화해 자기 그림을 불태우기도 한 사람이에요.”</p> <p dmcf-pid="BDPVTAZwUP" dmcf-ptype="general"><strong>이 교수는 그런 세잔에 대해 외려 ‘<span>휴머니티’</span>(humanity)를 추구한 사람이었다고 정의했다.</strong></p> <p dmcf-pid="bwQfyc5r06" dmcf-ptype="general">막 꽃 피우는 산업화가 수천 년 간 이어진 인간성 내지 인간애를 훼손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자체를 견딜 수 없는 자였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개인이 대세를 막을 수 있는가. 그렇기에 세잔의 신경증 또한 나빠질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p> <div dmcf-pid="KZENqYf5u8" dmcf-ptype="general"> <p>“세잔은 남프랑스의 작은 항구 마을 레스타크의 풍경을 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에서 부두까지 가스등이 깔리는 걸 보고 <strong>‘더러운 문명이 이 깨끗한 작은 항구 도시에까지 왔어!’</strong>라며 한탄했다고 해요.” 이 교수가 덧붙인 사례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95DjBG4134"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살인', 1867~1870, 캔버스에 유채, 65x80cm, 워커 미술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3263wmsy.jpg" data-org-width="1280" dmcf-mid="BObUrdlouT"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3263wmsy.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살인', 1867~1870, 캔버스에 유채, 65x80cm, 워커 미술관 </figcaption> </figure> <p dmcf-pid="21wAbH8tpf" dmcf-ptype="general">1874년, 어느덧 서른다섯 살이 된 세잔은 한 전시에 참여했다.</p> <p dmcf-pid="VHai0lBWuV" dmcf-ptype="general">카미유 피사로, 모네, 르누아르 등이 가세한 이 행사는 훗날 최초의 인상주의전(展)으로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는다. 다만, 이는 후세의 평가일 뿐이다. 당시 이들이 연 전시회는 시작과 동시에 엄청난 비판 행렬과 마주했다. 특히 세잔. <strong>세잔의 그림을 본 이들은 그에게 병원 치료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진지하게 주장했다.</strong> 같이 전시를 연 동료들 틈에서도 ‘세잔은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식의 말이 나왔다고 한다.</p> <div dmcf-pid="fXNnpSbY72" dmcf-ptype="general"> <p><span><strong>“흥. 웃기고 있군!”</strong></span> 꼬장꼬장한 세잔 또한 이처럼 지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세잔은 다시 차츰 혼자만의 세계에 천착했을 것이다. 그리고 1880년대 초. 나이 마흔 줄을 넘긴 그는 파리에서 벗어 본격적으로 은둔 생활을 시작했다.</p> <div> “山을 그리지 않았다…山이 내 안에 들어왔다” </div>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4ZjLUvKGF9"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생 빅투아르산', 1904, 캔버스에 유채, 70x92cm, 필라델피아 미술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4684ljri.jpg" data-org-width="1280" dmcf-mid="boWnpSbYp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4684ljri.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생 빅투아르산', 1904, 캔버스에 유채, 70x92cm, 필라델피아 미술관 </figcaption> </figure> <p dmcf-pid="8GgJ3hqyzK" dmcf-ptype="general">“그날도 어김없이 풍경화를 그리던 세잔은, 드디어 새로운 인식을 하기 시작했어요. 세잔 또한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문명화된 부분이 있었을 거예요. ‘<strong>자신의 문명화된 눈이 아닌, 자연의 눈으로 풍경을 봐야겠다’</strong> 즉, 자연을 닮은 인간이 되고자 한 거예요. 세잔의 유명한 말이 여기서 나오죠. ‘<span><strong>내가 생 빅투아르 산을 그린 게 아니고, 생 빅투아르 산의 의식이 내 몸에 들어와 그린 것이다’.</strong> </span>이는 중국 북송 시대 화가 <strong><span>곽희</span>(郭熙·1020?~1090?)가 저서 임천고치(林泉高致)에서 한 말과 같아요. ‘<span>샘과 숲의 마음으로 산수를 봐야 한다. 사람의 마음으로 보면 안 된다(임천지심·林泉之心)’</span>는 거예요.</strong> 둘은 엄청난 물리적 거리, 800여 년의 시간 간격 등을 두고도 똑같은 생각을 했어요. 정말 신기한 일입니다.”</p> <div dmcf-pid="6Hai0lBWFb" dmcf-ptype="general"> <p>여기서 이 교수는 “(세잔이 관련 내용을)공부했을 것”이라며 “당시 (유럽에선)동아시아 문화에 대해 유행으로 표현될 만큼 관심이 많았다”면서 동양의 예술 철학에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언급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PXNnpSbYu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 1895~1900, 캔버스에 유채, 73x92cm, 오르세 미술관"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6126xrtj.jpg" data-org-width="1280" dmcf-mid="KvGouT9H7S"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6126xrtj.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 1895~1900, 캔버스에 유채, 73x92cm, 오르세 미술관 </figcaption> </figure> <p dmcf-pid="QKSOPpJqUq" dmcf-ptype="general">세잔의 은둔은 점차 ‘위대한 은둔’으로 바뀌고 있었다. 세잔은 고정관념 가득한 문명의 시선 대신, 존재 자체에 주목하는 자연의 시선으로 대상을 보기 시작했다. 그는 기어코 새로운 걸 그릴 수 있었다. <strong>그것은 대상의 <span>본질(本質)</span>이었다.</strong></p> <p dmcf-pid="x9vIQUiBuz" dmcf-ptype="general">“세잔은 원형(原型)을 보고 싶어했어요. 세잔은 문명을 싫어한 만큼 자연이 파괴되는 모습 또한 보기가 싫었을 거예요. 자꾸 변해가는 걸 쫓아가는 인상주의 화풍 또한 중심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겠지요.”</p> <p dmcf-pid="ysPVTAZwF7" dmcf-ptype="general"><strong>여태껏 회화는 대상의 겉모습을 재현하는 데 치중했다. 누구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strong></p> <p dmcf-pid="WaqpwehLuu" dmcf-ptype="general"><strong>세잔의 손에서 <span>그 진리</span>가 박살나버렸다.</strong> 대상의 겉보다 중요한 건 안이며, 껍데기보다 의미 있는 건 알맹이다. 결과적으로 세잔은 ‘보이는 대로’ 그리지 않아도 되는 현대 미술의 문을 열고 만 것이었다.</p> <div dmcf-pid="YNBUrdlopU" dmcf-ptype="general"> <p>혁명가가 된 세잔은 나이 오십에 접어들어서야 비로소 합당한 평가를 받았다. 수많은 젊은 화가들의 우상이 될 수 있었다. <strong>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바실리 칸딘스키 등 새로운 회화의 선구자 모두가 ‘세잔 키즈’를 자처하게 됐다. “<span>세계 미술사를 통틀어 단 한 명의 가장 위대한 화가를 꼽으라면…. 나는 세잔을 말한다.”</span> 이 교수의 평이다.</strong></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GjbumJSg0p"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폴 세잔,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집'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 이태호 교수에 따르면 제목은 '팡뒤 씨의 집'이 돼야 한다."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7784tslq.jpg" data-org-width="1280" dmcf-mid="QOnetI7v0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7784tslq.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폴 세잔,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집'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 이태호 교수에 따르면 제목은 '팡뒤 씨의 집'이 돼야 한다. </figcaption> </figure> <p dmcf-pid="HvJxZmph00" dmcf-ptype="general">덧붙여 <strong>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잘못 퍼진 세잔의 작품명도 소개했다. </strong>그것은 <strong>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일명<span>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집’</span>(La Maison du Pendu)이다.</strong></p> <div dmcf-pid="XTiM5sUlu3" dmcf-ptype="general"> <p>과거 이 교수는 미술 기행 코스 중 하나로 프랑스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를 간 적이 있다. 그는 여기에 있는 ‘목매달아 죽은 사람의 집’ 실제 모델 집을 보기 위해 나섰는데, “도저히 찾을 길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어쩌다 마을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span><strong>팡뒤 씨의 집’</strong></span>으로 불리고 있었다. 실제로 세잔의 그림 왼편에 그려진 3층 건물 표지판도 ‘목매달아’의 ‘La Maison du pendu’가 ’아닌, ‘팡뒤네 집’인 ‘Maison du Pendu’로 P가 대문자로 쓰였다는 점 또한 확인했다. 이 교수는 누군가 그림 제목을 영어로 잘못 번역했고, 이를 국내의 누군가가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p> <div> 미술사가 이태호, ‘미술 교과서’ 바꿀 수 있을까 </div>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ZynR1OuSu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율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9384dygs.jpg" data-org-width="1280" dmcf-mid="xiZYL2c60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49384dygs.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자신의 작업실을 소개하고 있다. [이원율 기자] </figcaption> </figure> <p dmcf-pid="5jbumJSg3t" dmcf-ptype="general">이렇게만 보면 이 교수의 전공 분야가 서양 미술사일 것으로 막연히 생각할 수 있다.</p> <p dmcf-pid="1AK7sivau1" dmcf-ptype="general">그런데, 사실 이 교수는 자신도 회화과를 전공한 화가다. 국전(國展)에 입상하고, 몇 차례 개인전을 연 적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른바 '우리 미술'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옛 주먹도끼 시절부터 근현대 회화 등 한국 미술사 전반의 맥을 짚는 데도 지대한 역할을 했다. <strong>특히 미술사가로서 특유의 독창적 시선, 파격적 주장으로 주목을 받은 적도 적지 않다.</strong></p> <p dmcf-pid="tc9zOnTNz5" dmcf-ptype="general">“젊을 적 그림을 그릴 때는 저 또한 세잔을 닮고 싶었어요. 그림이 (보기에)편해서 그랬지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세잔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료가 적었어요. 1980년대 초에도 세잔의 채색 도판을 구하기가 힘들었지요. 군대에 다녀온 후 (학교에)미술사학과가 생겼어요. 그림 (이론)공부부터 한 후 그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겸했지요. 중간에 국립 중앙박물관에 (학예연구사로)들어가 전공을 확 바꿨고, 국립 광주박물관과 전남대 교수·박물관장으로 간 뒤에는 민중 미술 쪽 일을 많이 했어요.”</p> <p dmcf-pid="FZjLUvKGpZ" dmcf-ptype="general">그런 이 교수는 논문도 강렬했다.</p> <p dmcf-pid="35AouT9H7X" dmcf-ptype="general">고구려 고분 벽화를 주제로 그가 쓴 글이 있다. <strong>우리 역사인 <span>고구려 시기</span><span> 산수화 형식의 회화가 발견돼 중국보다 산수화의 역사가 빨랐다는 내용</span>이다.</strong> 누구도 한 적 없는 신선한 주장이자, 우리나라 입장에선 더더욱 소중한 연구 자료였다.</p> <div dmcf-pid="01cg7y2XzH" dmcf-ptype="general"> <p>“과거 미국 학계에서 중국의 초기 산수화 관련 연구가 이뤄졌어요. 중국의 경우 송나라 때 산수화적 형식이 완성되는 것으로 나오지요. 그런데요. 보다보니 (송나라보다)먼 과거인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산과 나무 그림이 있는 거예요. 이와 관련한 연구에서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산수화적 형식 또한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러니까, <strong>시기적으로 볼 때 고구려가 앞선 거예요. 그래서 사실은 고구려가 시발점이다, 이런 논문을 썼지요.”</strong></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pSdQXr0CUG"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의 작업실 모습. [이원율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0810uefp.jpg" data-org-width="1280" dmcf-mid="yL9qILyjuE"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0810uefp.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의 작업실 모습. [이원율 기자] </figcaption> </figure> <p dmcf-pid="UvJxZmphuY" dmcf-ptype="general">이 교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연구에 임했다.</p> <div dmcf-pid="uTiM5sUl0W" dmcf-ptype="general"> <p>세잔이 그랬듯 모두가 당연하게 보는 걸 당연하게 보지 않고,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보는 걸 한 번 더 검증하는 식이었다. ‘무슨 작품이든 직접 보지 않고선 관련 글을 쓰지 않는다.’ 그의 신조였다. 이 교수는 그사이 명지대 교수·박물관장,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나아가 경기도와 충청남도에서 문화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73DjBG413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송도기행첩'에 수록된 작품 ‘영통동구’(영통동 입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월간 민화]"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2216ujbr.jpg" data-org-width="647" dmcf-mid="WLzWn9A80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2216ujb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송도기행첩'에 수록된 작품 ‘영통동구’(영통동 입구).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월간 민화] </figcaption> </figure> <p dmcf-pid="z0wAbH8tpT" dmcf-ptype="general">그런 <strong>이 교수는 최근에도 기존의 지성에 반기를 든 주장을 했다.</strong></p> <p dmcf-pid="q1cg7y2XFv" dmcf-ptype="general"><strong><span>표암 강세황의 걸작 화첩으로 알려진 〈송도기행첩〉이 사실은 표암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다.</span></strong> 그의 말이 진실로 확인되면, 현재의 미술 교과서 상당수가 내용을 수정해야 할 만큼 파장이 커질 수 있다.</p> <div dmcf-pid="BtkazWVZzS" dmcf-ptype="general"> <p>“우연히 지난해에 〈송도기행첩〉 전체와 (함께 쓰인)글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화첩에는 강세황이 그렸다는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문집을 뒤졌더니 거기에도 강세황이 이를 그렸다는 식의 흔적이 하나도 없어요. 다 살펴봤지만 제 결론은 이거예요. <strong>강세황이 그리지 않은 게 확실하다. 약간의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strong> 낙관이 찍혀 있어야 할 자리의 종이가 오려진 점 등이 그래요. 그리고 강세황의 글을 이 화첩에서 볼 수 있다는데, 확인해보니 이 또한 강세황의 자작시가 아니에요. 아마 당시 개성 유수 오수채가 한 화가에게 작업을 맡겨 그림을 그리고, 강세황이 때마침 그쪽을 찾았기에 ‘온 김에 글씨나 써주시오’라고 (부탁)했던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강세황은 (자기 작품이 아닌 만큼)자기가 지은 시가 아닌 걸 썼을 테고…. 또한 화풍도 정밀하게 비교하고 확인해봤어요. 이건 (강세황의 작품이)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이렇게 판단하게 된 거예요.”</p> <div> “세잔도 정말 즐겼다…힘껏 즐기고 몰입하자” </div>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bFENqYf57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만든 작품들. [이원율 기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3605nyno.jpg" data-org-width="1280" dmcf-mid="YJwetI7vU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3605nyno.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태호 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가 만든 작품들. [이원율 기자] </figcaption> </figure> <p dmcf-pid="KeFXa4Dxph" dmcf-ptype="general">스스로 업계에서 은퇴했다고 말하는 이 교수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운 글과 그림 작업을 하고 있다.</p> <p dmcf-pid="9d3ZN8wMzC" dmcf-ptype="general">모두가 발이 묶인 채 숨죽여 살아야 한 코로나19 시기에는 3년간 스케치 등을 포함해 6000여점의 작품 활동도 했다.</p> <div dmcf-pid="2J05j6rRuI" dmcf-ptype="general"> <p>이 교수는 명지대 문화예술대학원에 개설된 ‘민화 전공’에서의 일을 새로운 소임으로 생각하고 미래를 찾고 있다. 그는 “요즘 들어 특히 민화가 떠오르는 만큼, 이곳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p> </div>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V3DjBG410O"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이태호, '호기심', 1973"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4982jpsf.jpg" data-org-width="900" dmcf-mid="G4CouT9H0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0/ned/20240710180154982jpsf.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이태호, '호기심', 1973 </figcaption> </figure> <p dmcf-pid="f0wAbH8t3s" dmcf-ptype="general">세잔을 이야기할 때도,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할 때도 이 교수는 종종 “미술사를 전공하길 잘했다”는 말을 했다. 그는 “<strong>인간이 더욱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게 이끌어주는 중요한 요소가 예술인 것 같다”</strong>며 “<strong>작가의 삶과 작가의 시절, 당시의 고민과 시대정신. 이런 쪽을 천착하고, 파고들다 보면 새로운 생각이 열릴 수 있다”</strong>는 말도 강조했다.</p> <p dmcf-pid="4prcKX6F3m" dmcf-ptype="general"><strong>끝으로 이 교수가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태도로 말한 건 ‘<span>즐거움’</span>이었다.</strong></p> <p dmcf-pid="8r89SNHEFr" dmcf-ptype="general">“세잔은 고통스러웠을까요? 아닐 거예요. 세잔은 예술을 정말 즐겼어요. 즐기는 마음이 없었다면, 결코 그 경지까지 오르지 못했을 거예요.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힘껏 즐기고, 있는 힘을 다해 몰입하면 결실을 이룰 수 있다는 것. 세잔의 삶, 나아가 예술의 세계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p> <p dmcf-pid="6m62vjXDuw" dmcf-ptype="general">yul@heraldcorp.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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