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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의 캐디들

온카뱅크관리자

2024-07-05 07: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05/0000044542_001_20240705070011113.gif" alt="" />로열 포트러시의 캐디인 닐 자고에(왼쪽)가 캐디백을 메고 골퍼와 이야기하며 걷고 있다. photo 윤영호</div> 양희영은 17년 만에, 75번째 메이저대회 출전 만에 첫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지난 6월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040만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양희영은 마지막 세 홀을 남기고 6타 차 선두였다. 그녀는 16번 홀에서 짧은 퍼팅을 놓쳐 2위와의 격차가 5타 차로 줄었다. 17번 홀에서 그린 우측 핀을 직접 본 그녀의 공은 열려 맞으며 물에 빠졌다. 더블 보기로 차이는 3타로 다시 줄었다. 이날 경기가 열린 사할리 컨트리클럽 골프코스는 아름드리 침엽수가 인상적이었다. 조금만 페어웨이 중앙을 벗어나도 세컨드 샷이 나뭇가지에 걸릴 수 있는 코스였다. 1999년 스코틀랜드 카누스티에서 열린 디오픈에서 3타 차이가 마지막 홀에서 역전된 적이 있다. 3타 차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스코어다. 그래서인지 양희영은 18번 홀 티샷박스에서 긴장감을 보였다. 좋은 티샷을 쳤지만, 공은 페어웨이 우측에 떨어졌다. 핀을 직접 겨냥한다면 우측 나뭇가지에 걸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우드를 잡고 페이드샷으로 그린을 노리려 했다. 공은 발보다 약간 높은 위치에 있었고, 그녀의 의도가 통하지 않는다면 공이 그린 왼쪽 큰 나무에 튕겨 어디로 갈지 모를 상황이었다. 비슷한 상황이 전날에도 있었다. 당시 캐디는 아이언으로 레이업하길 권했고, 그녀는 순순히 응하여 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가 고집했다. 해설자는 의아해했다. 양희영은 16번과 17번 홀에서 자신이 보여준 플레이가 챔피언답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단순한 골프를 지향하는 그녀가 늘 하던 대로 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캐디는 그녀에게 좋은 제안을 했지만 플레이어가 고집한다면 캐디가 끝까지 말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스는 캐디가 아니고 플레이어기 때문이다. 골프는 플레이어 혼자 공의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공은 멈춰 있고, 땅이나 핀은 움직이지 않는다. 다른 누가 어시스트를 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 골퍼 혼자 경기하고, 혼자 책임진다. 책임이 있는 자리에 보스가 있다. 이날 양희영 '보스'의 선택은 옳지 못했다. 그녀의 공은 왼쪽으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혔다. 다행히 나무를 맞은 공은 세 번째 샷을 하기에 무리 없는 곳에 떨어졌고, 3온 2퍼트로 마무리했다. 고생 끝에 이날 그녀는 메이저 첫승, 올림픽 출전권과 상금 21억원을 획득했다. 캐디도 메이저 승리를 도운 캐디가 되었고, 많은 상금을 받았다. 보스는 보스의 역할을 했고, 캐디는 캐디의 역할을 했다. 보일 듯 말 듯한 캐디 역할로 인해 승리는 더 아름답게 보였고, 골프팬은 골프의 진면목을 경험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05/0000044542_002_20240705070011143.gif" alt="" />해가 뜨는 로열 포트러시 던루스코스. photo Mel Maclaine</div> 로열 포트러시의 엘리트 캐디 닐 자고에 닐 자고에는 9살에 캐디를 시작했다. 200~300년 전의 캐디들도 모두 그 나이에 캐디에 입문했다. 닐이 어린 나이에 전문적으로 캐디로 나선 것은 아니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멤버였던 할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캐디 일을 했다. 바퀴 달린 수레에 가방을 올려 놓고 밀어주는 것이 전부였지만, 정식으로 캐디피를 받았다. 과자나 콜라를 사주는 것으로 갈음하지는 않았다. 그가 받은 캐디피는 게임에 사용하는 카드 한 장이었다. 멤버들은 대개 캐디 없이 골프를 쳤다. 할아버지 친구 중에 힘이 부치는 동반자가 생기면, 닐은 그 가방을 밀었고, 할아버지는 자기 가방을 끌었다. 그는 할아버지로부터 캐디 일과 골프를 배웠다. 나이가 더 들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캐디를 맡았고,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시간 나는 대로 캐디를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홍콩 경찰이 되었다. 1990년대 홍콩 경찰은 시민들과 갈등이 없었고 별 어려움이 없었다. 홍콩 경찰은 영국 경찰보다 두 배 이상의 급여를 받았기 때문에 영국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1970년대까지 홍콩 경찰은 영연방에서 가장 부패한 직종 중 하나였다. 경찰로 발령받아서 첫 출근을 하면 테이블에 두툼한 돈봉투가 놓여 있었다. 그것을 받으면 홍콩 경찰이라는 버스에 올라 타는 것이고, 그 봉투를 거절하면 홍콩 경찰의 버스에 치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부패는 점차 줄어들어 닐이 일한 1990년대에는 그와 비슷한 일도 없었다. 홍콩 경찰의 근무조건은 좋았다. 주말마다 치는 골프 비용은 홍콩 경찰의 직원 복지비에서 지불되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직전에 닐 자고에는 홍콩을 떠났다. 그는 홍콩 경찰로 일한 경력이 인정되어 영국 외무부에 외교관으로 발탁되었다. 태국, 필리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근무했으며, 중간중간에 본국 근무를 했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면서부터 골프를 정기적으로 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근무 이후에 영국 외무부 지원으로 대학교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 뒤늦게 공부에 적성을 느낀 닐은 외무부를 그만두고 공부에 전념했다. 그 과정에서 아내와 이혼했고, 금전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는 다시 캐디 일을 시작했다. 캐디는 공부하면서 하기에 적격인 일이다. 그리고 은퇴한 사람이 하기에도 적격이다. 지금도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에는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카트를 몰며 일하는 캐디가 있다. 그는 일주일에 8번 정도 캐디백을 메고 800파운드(약 141만원)를 번다. 중간에 쉬기도 하면서 한 달에 3000파운드(약 529만원) 정도 번다. 그리고 북아일랜드 경찰의 문서 분류를 도와주면서 추가로 돈을 번다. 박사학위 취득까지 그에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캐디를 하고 경찰 일을 하면서 박사학위 취득이 지연되기는 했지만, 1년 안에는 학위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의 박사학위 주제는 북아일랜드의 런던데리(Londonderry) 축구클럽을 두고 발생한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립이 북아일랜드 사회에 주는 함의에 관한 것이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7/05/0000044542_003_20240705070011255.gif" alt="" />6번 홀 티샷박스에서 공략법을 설명해 주는 닐 자고에(오른쪽). photo 윤영호</div>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멤버들과 달리 방문객은 캐디를 고용한다. 로열 포트러시에는 100여명의 캐디가 있는데, 평생 캐디만 해온 전문 캐디가 15명, 닐처럼 어릴 적에 캐디를 했다가 은퇴 후 다시 돌아온 캐디가 55명,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 캐디가 30명이다. 프로 선수를 도울 수 있는 정도의 전문 캐디를 블루 빕스(blue bibs·캐디들이 입는 조끼가 bibs다), 오랜 경력을 가진 캐디를 클래럿(claret) 빕스, 경력이 짧은 캐디를 옐로 빕스라고 부른다. 로열 포트러시에는 20여명의 블루 빕스가 있는데, 닐은 지난해에 블루 빕스로 승격되는 테스트를 아깝게 통과하지 못했다. 박사 학위를 받는 내년쯤에는 블루 빕스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캐디 일은 그에게 만족감을 준다. 가장 큰 기쁨은 멋진 자연을 운동 삼아 걸으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일을 마치고 동료 캐디와 기네스맥주를 마시는 순간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다. 로열 포트러시를 방문하는 골퍼의 90%는 미국인이다. 그들 대부분은 로열 포트러시에서 골프 치는 것을 버킷리스트에 담아 두었던 골퍼들이다. 그런 골퍼들은 불평하는 법이 없으며, 캐디의 도움에 감사한다. 닐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찾아오는 골퍼가 행복한 골프를 즐기는 것을 보는 것이 좋다. 영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 일했을 때보다 더 보람을 느낀다. 1998년 굿프라이데이 협약으로 북아일랜드에 평화가 찾아오기 전에는 골프클럽에 찾아오는 외국인 골퍼가 거의 없었다. 어쩌다 찾아오는 골퍼가 있으면 감사의 표현으로 평생 회원권을 주기도 했다. 방문객이 없었으므로 캐디도 거의 필요하지 않았다. 은퇴했다가 다시 온 캐디가 노령의 골프클럽 멤버를 도와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들은 캐디보다는 캐디로 버는 돈으로 술을 사서 먹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들이었다. 로열 포트러시에는 던루스코스와 밸리코스 두 곳이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술에 취한 캐디가 밸리코스의 벙커에 누워서 자는 일도 허다했다. 던루스코스 10번 홀에는 타번(Tavern·선술집)이라고 불리는 그늘집이 있다. 캐디는 그곳에서 술을 살 수 없으며, 타번 안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 기네스를 마시는 즐거움은 일이 끝난 다음에나 가능하다. 아직도 곳곳에 존재하는 차별 일반적인 사교클럽은 멤버들을 위해 존재한다. 클럽하우스는 멤버들만의 배타적 공간이다. 하지만 대다수 골프클럽은 골프코스와 클럽하우스를 방문객에게도 허용한다. 그것은 골프가 가지는 개방성에 기인한다. 소수 멤버만을 위한 골프클럽이 세상 도처에 존재하지만,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전통 명문 클럽은 예외없이 골프코스와 클럽하우스를 일반에 개방한다. 그러나 멤버들만 골프코스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 있고, 클럽하우스에도 멤버만을 위한 공간이 있다. 어떤 골프클럽은 캐디의 클럽하우스 이용은 물론이고 입장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미국 PGA내셔널 리조트앤드스파 골프클럽에서 혼다 클래식이 열리던 중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선수와 관객은 모두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비를 피했지만, 골프클럽 룰에 따라 캐디는 클럽하우스에 들어오지 못하고 비를 맞았다. 이는 많은 골프팬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몇몇 대회는 선수에게 제공하는 음식과 캐디에게 제공하는 음식에 차별을 둔다. 캐디는 선수의 최고 파트너로서 같이 아침과 저녁을 먹는다. 골프클럽에서만 다른 퀄리티의 음식이 제공되는 이유는 납득되지 않는다. 캐디에 대한 차별은 없어지고 있지만,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은 멤버가 캐디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명문 클럽의 멤버라고 모두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캐디 일을 하며 돈을 벌려는 사람이 있다. 멤버십 연회비는 2000파운드 정도에 불과하다. 2~3주만 캐디를 하면, 연회비를 납부할 수 있기 때문에 캐디로 돈을 벌어 연회비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로열 포트러시는 멤버가 캐디를 하는 것을 품위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라힌치와 같은 골프클럽은 멤버가 캐디를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멤버의 캐디 역할 제한은 개인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이며, 캐디에 대한 차별의식의 발로일 수 있다. 캐디가 타번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도 과도한 조치로 시정되어야 한다. 은퇴 후 그들이 캐디로 돌아오는 이유들 닐 자고에는 캐디를 하면서 골프를 치지 않게 되었다. 일주일 내내 코스를 돌다 보면, 자연을 즐기기 위해 그린을 누빌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프로 선수 캐디 중에도 골프를 더 이상 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골프코스는 그들에게 일터이기 때문에 휴일이 되면 골프코스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일랜드 최고의 골프코스 중 하나인 발리부니온 골프클럽에서 일하는 캐디 카일은 22세의 대학생이다. 캐디인 그가 느끼는 최고의 즐거움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자연의 정취를 만끽하는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하는 그는 졸업 후에 선물옵션 트레이더가 되기를 원하지만, 은퇴 후에 다시 캐디로 돌아올 것을 확신하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캐디만 한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돈을 캐디로 벌기 시작했고, 마지막도 캐디로 돈을 벌 것이다. 캐디의 즐거움은 캐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가 어느 도시에서 직장을 얻어 일하게 될지 모른다. 더블린일 수도 있고, 런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역시 발리부니온의 많은 캐디들처럼 다시 돌아와 캐디를 하면서 인생 후반부를 보낼 것이다. 트레이더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발리부니온으로 돌아와 캐디를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미래는 장담할 수 없는 것이지만, 캐디 생활에 대한 그의 만족도는 충분히 표현되고도 남았다. 프로선수는 캐디와 좋은 호흡을 보여야 성공할 수 있다. 낯선 코스에 갔을 때 아마추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캐디다. 캐디의 조언에 귀기울일 때에 우리는 만족스러운 골프를 즐길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캐디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캐디는 골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그것은 프로나 아마추어에게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