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 리튬 가격 다시 하락
원자재 비싸게 사서 싸게 팔아
미국 시장에 일말의 기대
회복세를 보이던 리튬 가격이 다시 하락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멀어지는 모습이다. 이들 기업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원자재 격인 메탈과 리튬 가격 하락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전기차 수요를 끌어 올릴 신차 출시나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가동 확대 등 미국 시장에서 불어올 훈풍은 아직 멀어 보인다.
19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1t당 9만5500위안(약 182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10일 11만500위안(약 2110만원) 대비 14%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리튬 가격은 지난 2월 바닥을 찍은 뒤 중국의 채굴량 감소 등의 영향을 받아 반등했다. 그러나 수요 부족에 빠지면서 다시 내림세에 접어들었다.
배터리 원자재인 리튬 가격이 내려가면 배터리 기업 실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기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리튬은 전체 이차전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상인 핵심 소재다.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 등 광물 가격의 변동에 맞추어 배터리 판매 가격을 정하는 ‘판매가 연동제’를 통해 원가 부담에 대응한다.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면 배터리 기업은 이미 높은 가격에 구매한 리튬으로 만든 배터리 제품을 낮은 가격에 내놔야 한다. 원자재 가격은 높고 제품 가격은 낮은 ‘역래깅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앞서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 가격 상승에 따라 평균판매가격(ASP)도 함께 올라 하반기 실적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리튬 가격 반등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리튬 가격 하락의 영향이 이차전지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이 하반기 실적 반등의 열쇠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올해 하반기 이쿼녹스 전기차(EV) 저가형 모델 등을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신모델 출시가 전기차 수요를 일부 끌어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확대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가동을 확대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는 세액공제 효과를 키워 배터리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한국 기업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고 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받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해 테네시주에 얼티엄셀즈 2공장을 지었고, 지난 4월 30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삼성SDI도 스타플러스에너지와 합작한 인디애나주 1공장을 이르면 올 하반기 가동할 예정이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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