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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지역의료 불평등 심각…늘어난 의사, 지역에 남도록 인프라 만드는 일 시급”

온카뱅크관리자

2024-06-10 11:04:5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인터뷰]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전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늘어난 지역 의대생, 다시 수도권으로 가면 지역의료 더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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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전남 순천=강윤서 기자)
 "순천에서 아프면 광주도 거르고 서울로 간다."
 전남은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다. 지방 소멸과 맞물린 의료 불평등이 악화하면서 의대 유치는 전남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골든타임 내 정확한 진료를 제공해야 하는 응급의료를 위해 전남에 설치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단 2곳. 각각 순천과 목포에 있다. 이마저도 '처치 불가' 등을 이유로 중증응급환자가 타 지역으로 전원되는 비율(2020년 기준)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정부가 지역의료 강화를 앞세워 추진한 의대 증원 정책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 지난 4년여 동안 순천대학교 의대 추진위원장을 맡았던 박기영 순천대학교 교수는 의료 개혁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전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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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 최준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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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정과 의료 수용성부터 먼저 확보했어야"
 현재까지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는 현재로선 선언에 불과하다. 어떤 정책도 실행력이 잡혀있지 않다. 정부가 '2000명'을 선언하고 뒤늦게 각종 목표를 쏟고 있는데 (해당 정책들이)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향후 의료 개혁 추진 방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중·장기 과제를 급히 끌고 오면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 개혁은 단기·중기·장기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의대 정원 증원은 중기적 과제다. 의사를 늘리기 전에 재정 투자를 통해 필수·지역의료의 수용성을 높인 후 이를 지켜보면서 적용 가능한 의사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를 동시에 논의했어야 한다.
 정부가 내놓아야 할 가장 시급한 '단기' 과제는 무엇인가.
 "당장 투자할 수 있는 국가의 재원을 책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막연하게 몇 년 후 예상되는 수십조원 단위의 금액을 제시할 게 아니라 필수·지역의료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재정 투자가 우선돼야 한다. 10년을 내다보고 시작한 의료 개혁을 개인 건강보험료에 의존해 추진할 순 없는 법이다. 따라서 지역필수의료특별회계나 기금을 신설하는 등 획기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재정 투자 계획이 구체화된 패키지 정책과 의대 증원을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했다면 의·정 갈등도 이렇게까지 격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부작용'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난 지방 의료 인력을 지역 병원에 남도록 할 방법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한) 낙수효과는 한계가 있다.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성취욕을 품고 필수·지역의료로 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먼저했어야 한다. 또 재정적으로도 불안정하다. 패키지 정책 운영을 위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려워지면 그 부담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전가될 수 있다. 아울러 (패키지 정책에서) 비현실적인 목표가 설정된다면 의료현장에서 정책을 적용하기 힘들 것이다."
 증원된 지방 의료 인력을 지역에 남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늘어난 지역 의대생들이 졸업한 후에 다시 수도권으로 떠난다면 지역의료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젊은 의사들이 지역에 오지 않는 이유는 의료기관 자체의 한계뿐만 아니라 개인의 역량 발전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에서도 자아실현과 역량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전제로 근무연한 제한이나 지역 면허 요건도 병행해야 한다. 지역 면허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된 의사들에게 이전의 자유는 허용하되 10~15년 정도 면허의 지역 제한을 두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수도권 의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지역의료 불평등의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인구 소멸이다. 섬, 농촌, 산간 지역처럼 사람이 없는 곳에는 1차 진료조차 어려울 정도로 의원급 병원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지역은 보건진료소나 보건지소가 있지만 의사가 없기에 약 처방이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민간의료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영리성이 높은 상업의료의 발전 속도가 빠른데 공공의료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점차 수준이 (민간의료 보다) 뒤떨어지고 있다. 제가 참여정부 때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계할 당시 공공의료 비중 목표를 30%로 설정했지만 여전히 10%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의료 연계 산업들 활성화되면서 지역도 살아날 것"
 의대 증원 및 신설이 지역 활성화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나.
 "우선 임상 교수들이 지역 중증질환 진료를 책임질 핵심 인력이 될 것이다. 또 임상연구를 중심으로 첨단 제약바이오 산업 등 고용 창출과 부가가치가 높은 의료 연계 산업이 활성화되면서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를 만들 수도 있다. 의료 관련 전후방 연관 산업이 발전할 계기도 될 것이다. 전남 화순의 경우 전남대병원 분원인 화순전남대병원이 생긴 후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연관 의료시설과 재활병원이 더 활성화되기도 했다."
 '지방유학'이란 신조어가 생겨나는 등 의대 증원이 지역 대학입시에 불러올 변화는 무엇일까.
 "의대 집중현상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반면 입시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은 심화되고, 합격선 하락과 함께 지방 이공계 학과들의 상황이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의 확대도 중요하지만 교육 전반과 국가 인력 활용이라는 큰 그림에서 정책을 결정했어야 한다."
 늘어난 의대생을 위해 교육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늘어난 인원에 맞게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번에 비수도권 대학들이 학칙 개정안을 수용했지만 교육 여건이 여의치 않은 학교도 많다는 점이 우려된다."
 3개월 넘게 지속된 의·정 갈등의 출구 전략은 무엇일까.
 "우선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전문직을 대표하는 법정 전문가 단체로서 대정부 반대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이 아니라 의사 사회 내부의 조율 거쳐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감독관청의 자세를 버리고 당장 실행 가능한 정책을 제시해 의료계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과학적인 증원 수치를 마련하기 위해 의대 학습역량과 의사 수요공급 등을 모니터링하고 향후 정원 재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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