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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경문 감독 선임한 한화 이글스

온카뱅크관리자

2024-06-08 07: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6/08/0000044026_001_20240608070010563.jpg" alt="" />김경문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이 지난 6월 4일 경기 수원시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t wiz의 경기에서 8-2로 승리를 거두고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div> "그전엔 기자들이 수첩에 메모했는데, 이제는 다들 휴대폰으로 녹음하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메이저리그보다 한국 야구문화가 더 달라진 게 많아." 다시 승부의 세계로 돌아온 김경문 감독(한화 이글스)은 자신을 에워싼 수십 개의 휴대전화를 보며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감독석을 비운 6년 사이 달라진 야구장 문화에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면서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 감독의 현장 복귀전이 열린 지난 6월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는 5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했다. 김 감독도 "포스트시즌 같다"며 오랜만에 자신을 향하는 스포트라이트를 즐겼다. 취재진 가운데 아는 얼굴과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넸지만 구면보단 낯선 얼굴이 훨씬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 시즌 KBO리그가 새로 도입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도, 시범 운영 중인 피치클락도 올해 66세 베테랑 감독에겐 처음 접하는 신문물이다. 선발 라인업을 짜는 과정도 바뀌었다. 과거 두산과 NC 시절 김 감독은 경기 전 타격훈련을 끝까지 다 보고 난 뒤 타순을 정했다. 당일 컨디션이 좋은 선수, 뭔가 '느낌'이 오는 선수를 막판에 라인업에 넣어 재미를 봤다. 요즘 KBO리그에서 배팅오더는 구단 데이터 팀이 뼈대를 만든다. 상대 투수와의 상성, 최근 성적, 타구 속도 등 각종 지표를 바탕으로 최선의 라인업을 계산해 경기 하루 전 미리 선수들에게 알려준다. 이에 관해 김 감독은 "요즘 추세가 그렇다면 감독이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게 선수들에게 좋다면 맞춰줘야 한다. 변해야 한다"며 껄껄 웃었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날 현장 복귀전 한화 라인업은 김경문 감독 특유의 강한 색깔과 앞으로의 방향성이 잘 드러났다. 발 빠른 외야수 유로결을 1번타자 중견수로 배치한 게 대표적이다. 뛰는 야구가 약한(팀 도루 9위) 한화의 약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즌 내내 거의 1루수와 지명타자로만 나왔던 안치홍을 2루수로 배치한 것도 눈에 띄었다. 팀의 또 다른 약점인 센터라인(2루수-유격수-중견수)에 생길 변화를 시사하는, 라인업을 통해 감독이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였다. 구단 아닌 그룹이 주도한 김경문 감독 선임 이날 선발 황준서가 3회까지 91구를 던지는 난조를 보였지만 김 감독은 참고 기다렸다. 4회부터는 불펜을 잘 활용해 리드를 지켰다. 몇 차례 고비가 있었지만 수비수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잘 넘겼다. 조금의 느슨함도 용납하지 않는 김 감독의 스타일을 익히 소문으로 들어 아는 선수들은 경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고, 감독의 복귀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승리'는 한화가 통산 최다승 6위(부임 전 896승) 사령탑 김경문 감독을 선임한 가장 주된 이유다. 전임 최원호 감독은 구단 프런트가 추천한 내부 인사였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실패로 판명 났다. 야구단이 감독을 바꾼다는 건 팀의 현재 상황이 기대에 못 미치고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뤄지는 움직임이다. 자연히 한화의 시선은 기존 감독들과 정반대 스타일인 카리스마형 베테랑 감독을 향했다. 실제 김 감독 외에 후보로 거론된 인사는 선동열 전 감독, 류중일 국가대표 감독 등 60대 '노장'이었다. 또 김 감독 선임엔 구단의 의사보다 그룹 윗선의 뜻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사정에 밝은 야구인은 "김경문 감독이 온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일각에서 '올드스쿨 감독' '그룹에서 낙점한 감독'이라고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구단이 주도한 기존 체제가 성공을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감독은 실제로 시켜보기 전까진 모른다. 초보 감독은 어떤 야구를 펼칠지 도무지 감을 잡기 어렵다. 하지만 자기 색깔이 뚜렷한 베테랑 감독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김경문 감독만 해도 선임 소문이 돌 때부터 야구인들 사이에선 앞으로 한화가 어떤 야구를 할지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팀 기강을 강하게 다잡을 것이고, 뛰는 야구를 선호할 것이며, 공격적이고 투지 있는 선수를 선호할 거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다. 다른 팀에서 버린 선수,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선수,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한 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키워낼 거란 예상도 나왔다. 김 감독의 전 소속팀 관계자는 "우승 못 한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김 감독은 팀을 지속해서 가을야구 무대로 이끈 감독이기도 하다"면서 "신생팀인 NC도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로 이끈 김 감독이다. 당장 우승보다는 가을야구 진출이 목표인 한화엔 김 감독이 잘 맞는 지도자일 수 있다. 그동안 잠재력을 경기에서 좀처럼 발휘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김 감독 체제에서 '터지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 선임을 바라보는 한화 팬들의 여론은 2년 전 LG 트윈스가 염경엽 감독을 선임했을 당시를 연상케 하는 면이 있다. 당시에도 LG 팬 사이에선 염 감독에 대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우승이 필요한 팀이 우승 경험 없는 감독을 선임했다는 게 비판의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감독을 맡았던 SK 와이번스 시절의 실패, 구단이 아닌 그룹 고위층이 낙점한 감독이란 점도 반발을 샀다. 그러나 염 감독을 반대한 여론은 불과 일 년 만에 180도 바뀌었다. 누구보다 우승이 간절한 감독과 우승에 목마른 팀이 만난 결과는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염 감독은 야구인 커리어를 걸고 마지막 승부를 걸었고, 결국 팀과 개인에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김경문 감독 역시 한국시리즈 우승 빼고 다 해본 감독이란 점에서 염 감독과 공통점이 있다. 지난 6월 2일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김 감독은 "(감독 생활에서) 아쉬운 점이 뭔지는 다들 아실 거다. 2등이라는 게 늘 아픔이었다. 한화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일생의 소원인 우승을 강조했다. 통산 최다승 1위(김응룡) 감독과 2위(김성근) 감독의 커리어를 망친 '명장의 무덤' 한화 사령탑은 자칫 김 감독의 남은 명성마저 망가질지 모를 도박이지만, 그 역시 모든 것을 걸고 한화에서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MLB 노장 감독의 특징 '생각이 젊다' 김 감독 선임은 경험 많은 노장 감독을 우대하는 최근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유행과도 통한다. 2022년 미국야구기자단 선정 '올해의 감독상'은 양대 리그 모두 노장 감독에게 돌아갔다. 아메리칸리그에선 테리 프랑코나 감독이, 내셔널리그는 벅 쇼월터 감독이 최고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열린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최고령 감독인 74세 더스티 베이커와 68세 브루스 보치의 대결이었다. 여기서 이긴 보치 감독은 텍사스를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개인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이뤘다. 올 시즌 MLB 감독 30명 중에 60세 이상은 총 7명이다. 그중엔 72세가 된 론 워싱턴(LA 에인절스) 감독도 있다. 반면 KBO리그는 김 감독이 돌아오기 전까지 58세 이강철 감독(KT 위즈)이 최고령일 정도로 젊은 감독이 대세였다. 물론 최첨단 데이터 분석과 스포츠 과학을 활용하는 메이저리그에서 노장 감독을 기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야구의 노장 감독들은 나이는 많아도 생각까지 '올드'하진 않다. 메이저리그에선 60대 감독들도 야구계 최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한다. 구단에서 제공하는 분석자료를 참고하고, 파트별 전문가의 권한을 존중하고, 프런트의 조언을 받아들인다. 워싱턴 내셔널스 마이크 리조 단장은 지금은 은퇴한 베이커 감독에 대해 "감독이 주어진 정보를 굉장히 잘 활용한다"고 말했다. 크리스 영 텍사스 레인저스 단장도 보치 감독에 관해 "그는 진화하는 마음으로 계속 성장한다"고 했다. 텍사스 구단 데이터 분석가는 한 인터뷰에서 "보치 감독은 개방적인 사람이고 숫자를 원한다. 그는 과학적인 방법을 따른다. 수치가 자신의 가설을 반박하면 생각을 재고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보치 감독은 결정을 내리기 전 반드시 분석가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여러 의견을 통합한 뒤에 최종 결정을 내리는 지도자였다. 수십 년 지도 경력에서 얻은 풍부한 경험과 선수 관리 능력에 최신 트렌드까지 활용하니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화의 리스크, 야구단 경험 없는 새 대표 돌아온 김경문 감독의 성패도 '변화'에 달려 있다. 풍부한 경험과 번뜩이는 통찰력을 지닌 김 감독은 분명 장점 많은 지도자다. 하지만 6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달라진 야구계 문화와 시스템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 공백기 동안 미 프로야구 LA 다저스 마이너리그에서 연수한 경험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지도 궁금한 대목이다. 연수 기간 한 스포츠지에 기고한 칼럼에서 김 감독은 다저스의 구단 주도 선수 육성 시스템, 데이터 분석 파트와 현장의 긴밀한 소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썼다. 사령탑 복귀전에선 정경배 수석코치, 박승민 투수코치 등 각 파트 코치진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상의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 감독은 "늙은이 소리 안 들으려면 변해야 한다. 늙은이란 말 안 들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다"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감독에게 '변화'가 필요하다면, 한화 야구단에 필요한 건 일관된 방향성이다. 수도권 구단 프런트 출신 야구인은 "한화, 롯데 등 하위권 팀의 공통점은 구단 운영 방향성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라며 "한동안 과감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듯하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구단 운영이 정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구단이 갈피를 못 잡고 양극단을 오가니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산 프런트 출신 구경백 일구회 사무총장은 "두산 베어스가 강팀인 이유는 강한 프런트 덕분"이라며 "김태룡 단장을 중심으로 오랫동안 구단에서 일한 프런트가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끌어간다. 감독이 바뀌고 선수가 바뀌어도 구단이 추구하는 방향은 계속 유지하는 게 두산의 힘"이라고 했다. 한화는 야구단 프런트 출신으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인 박찬혁 전 대표이사가 수년간 구단 혁신 작업을 이끌어 왔다. 비록 성적 부진으로 감독과 동반 사퇴하긴 했지만, 창의적인 시도로 리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구단 수익 개선, 조직개편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록 성적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선수단 구성, 전력 강화 등의 방향성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반면 새로 부임한 대표이사는 주로 레저, 리조트 업계에서 경력을 쌓았고 야구단 경험은 전혀 없다. 자칫 과거 암흑기에 그랬던 것처럼 구단 방향성이 흔들리거나, 180도 반대 방향으로 뒤집힐 우려가 있다. 모그룹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떠다닐 게 아니라 구단이 중심을 잡고 균형을 유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