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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평화의 가교'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

온카뱅크관리자

2024-06-07 22:00:00

5년 만에 다시 디오픈 열리는 명문 이제 북아일랜드의 '평화'를 상징한다<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6/07/0000044022_001_20240607220011456.gif" alt="" />2019년 로열 포트러시에서 열린 제148회 디오픈에서 타이거 우즈가 티샷을 날리고 있다. photo theopen.com</div> 골프코스에는 아웃오브바운스(Out of Bounds·일명 오비) 지역이 있다. 골퍼가 플레이하지 못하도록 지정한 구역이다. 골퍼는 연못, 벙커, 와일드 러프, 해변, 도로를 포함한 어느 곳에서도 골프공이 놓인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다. 오비지역만을 예외로 한다. 골프코스 영역을 벗어난 곳과 주민 삶을 방해할 소지가 있는 곳을 오비구역으로 설정하지만, 기본적으로 골퍼가 플레이하기에 위험한 곳을 지정한다. 공이 놓인 곳까지 가는 길이 위험한 경우에도 오비구역이 된다. 골퍼가 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의미다. 게리 플레이어가 "그냥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고, 이곳은 내가 플레이해 본 링크스 코스 중 단연 으뜸이다"라고 말한 로열 포트러시는 안타깝게도 한동안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까지 30년 넘게 골퍼에게는 오비지역이나 다름없었다. 북아일랜드 역사에 생소한 독자는 '독사가 있거나, 천둥과 폭풍우가 자주 몰아치거나, 지반이 무너질 우려가 있었는가?'라는 의문을 품을 만도 하다. 오는 7월 제153회 디오픈이 열리는 북아일랜드의 로열 포트러시를 얼마 전 방문했다. 벨파스트에 있는 유로파호텔에 숙소를 잡았다. 영화 '벨파스트'를 통해 익숙한 지역이고 타이타닉호가 만들어진 곳이었기에 볼거리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벨파스트는 세계 최고를 다투는 로열 포트러시와 로열 카운티다운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서 북아일랜드 골프코스를 탐방하는 골퍼에게 이상적인 곳이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6/07/0000044022_002_20240607220011491.gif" alt="" />로열 포트러시는 올해 열리는 153회 디오픈 개최지로 다시 선정됐다. photo theopen.com</div> 빈번한 폭탄테러로 한때 '오비지역' 유로파호텔은 전 세계에서 폭탄테러를 가장 많이 당한 호텔이다. 36회에 걸친 폭탄 공격이 호텔에 가해졌다. 북아일랜드는 1960년대부터 갈등이 일상화되고 폭력이 난무하는 지역이었다. 영화 속에 묘사된 것처럼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의 대립이 심각했다. 그러나 대립은 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통일 아일랜드를 꿈꾸는 세력을 아일랜드 민족주의자, 공화주의자 또는 아이리시라고 불렀다. 우리에게 익숙한 IRA가 대표적 단체 중 하나다. 영국에 머물고 싶은 세력을 통합주의자, 왕정지지자 또는 브리티시라고 불렀다. 아이리시는 대개 가톨릭이었고, 브리티시는 대개 프로테스탄트였다. 그래서 편의상 양측을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칭했다. 북아일랜드에 있었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립을 '더트러블(The Troubles)'이라고 부른다. 더트러블 기간에 죽은 사람만 3500명이 넘는다. 폭력이 격화되자 영국은 군대를 북아일랜드로 보냈다. 프로테스탄트는 환영했고, 평화유지를 원했던 가톨릭도 처음에는 영국군에 기대를 걸었다. 영국군은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수 없었고, 은연중에 프로테스탄트에게 경도되었다. 영국군 주둔 자체가 가톨릭에게는 새로운 폭력의 이유가 되었다. 벨파스트 호텔에 수십 차례나 폭탄테러가 시도되었는데, 누가 북아일랜드에 오며, 어느 골퍼가 북아일랜드로 골프를 치러 왔겠는가? 오비지역이었다. 폭력은 1998년에 영국과 아일랜드, 북아일랜드 정치세력 간에 체결한 '굿프라이데이협약(Good Friday Agreement)'에 의해 종식되었다. 그러나 폭력 중단이 해묵은 갈등의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그 후로도 한동안 프로테스탄트를 대표하는 정치인과 가톨릭을 대표하는 정치인은 서로를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다. 2006년에 세인트앤드루스협약으로 북아일랜드 통치 방식에 대해 정치세력 간 합의가 이뤄지면서 폭력 재발에 대한 우려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6/07/0000044022_003_20240607220011644.gif" alt="" />로열 포트러시는 상당히 어려운 링크스 코스로 평가받는다. photo 로열 포트러시</div> 골프클럽에도 던져졌던 폭탄 스코틀랜드 수석장관과 차석장관이 백악관에서 조시 부시 대통령을 만났을 때 차석장관은 "세인트앤드루스협약이 실행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는 수석장관과 어떠한 주제로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으며, 심지어 날씨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제는 아주 친밀하게 업무를 협의하며, 어떠한 싸움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 새로운 코스를 세팅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서 갈등의 골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굿프라이데이협약이 오비지역을 골프코스로 바꾸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세인트앤드루스협약은 골프코스를 만들기 시작한 것에 해당한다. 협약이 세인트앤드루스에서 진행된 것은 공교롭지만, 골퍼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온다. 폭탄이 밸모럴 골프클럽의 프로숍에 던져진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프코스는 평화로운 공존의 무대였다. 골프클럽과 골프코스에는 정치가 없었다. 발리캐슬 골프클럽은 한 해에 가톨릭이 캡틴을 맡으면 다음 해에는 프로테스탄트가 캡틴을 맡았다. 발리캐슬에서 골프를 치며 자란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의 캐디 닐 자고에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가 늘 화합하며 평화적으로 골프를 쳤다고 기억한다. 프로테스탄트 주민이 많은 포트러시 지역에도 가톨릭 캡틴이 여러 명 있었고,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간의 갈등은 표면화되지 않았다. 더트러블 현장을 우리에게 안내해 준 핸디 8의 골퍼 마틴에 따르면, 가톨릭 지역과 프로테스탄트 지역을 구분하는 담장이 벨파스트에만 48개가 아직도 존재하며, 북아일랜드 학생 93%가 여전히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분리된 학교를 다닌다. 그들은 대학교에 가서야 서로 섞이게 된다. 가톨릭인 마틴에게 프로테스탄트 친구는 드문데, 그 친구들은 모두 골프클럽에서 만난 멤버들이다. 골프는 그들에게 평화의 가교다.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모두를 받아들였다 로열 카운티다운의 프로였으며, 골프작가이자 해설자였던 데이비드 페허티는 "골프코스 펜스에는 두 개의 구멍이 있었다. 하나는 가톨릭을 위한 구멍이었고, 다른 하나는 프로테스탄트를 위한 구멍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일단 골프코스에 몰래 들어오고 나면, 그들은 가톨릭도 아니고 프로테스탄트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같이 골프를 치는 골퍼였다. 골프코스는 오아시스고, 피난처며, 멀리 떨어진 섬과 같았다"라고 묘사했다. 길게 늘어선 골프코스가 가톨릭 주민이 사는 지역과 프로테스탄트 주민이 사는 지역에 모두 걸쳐 있었고, 각 지역에 몰래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이 있었던 모양이다. 아이들이나 돈이 없는 주민이 골프코스에 몰래 들어와 골프를 쳤다. 골프코스가 갈등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아시스이자 피난처였다는 말에서 골프가 큰 위안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축구가 갈등의 폭발장이었던 것과 대조를 이룬다. 1951년에 로열 포트러시에서 디오픈이 개최되었다. 역대 디오픈을 개최한 골프코스는 총 14곳이다. 네 곳은 디오픈 관객 규모가 커지고, 선수들 비거리가 증가하면서 더 이상 디오픈을 개최할 수 없게 되었다. 로열 포트러시 던루스 코스는 큰 대회를 개최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수십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지만, 1951년 이후로 디오픈을 개최할 수가 없었다. 정치적 불안정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오비지역에서 골프를 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툰베리는 트럼프가 골프코스를 인수한 이후에 정치적 이유로 배제되었다. 그래서 2019년 이전까지는 여덟 개 코스에서 번갈아 디오픈을 개최하고 있었다. "환상적이지만 너무너무 어려운 코스" 마침내 2019년 148회 디오픈이 로열 포트러시에서 개최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정치적 안정 때문이다. 굿프라이데이협약 이후 21년 만에, 세인트앤드루스협약 이후 13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148회 대회는 그 어떤 디오픈보다 관중 동원과 시청자 수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무엇보다 북아일랜드가 더 이상 갈등지역이 아님을 전 세계에 타전했고, 북아일랜드 경제가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148회 디오픈은 스포츠 이벤트가 국민 전체에 큰 자신감을 심어준 대표적 사례가 되었다. 나아가 골프대회가 평화를 공고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러한 성과가 인정되어 로열 포트러시는 2024년 153회 디오픈 개최지로 다시 선정되었다. 로열 포트러시가 로타(Rotta·순환목록)에 합류하면서 아홉 개 코스가 디오픈을 번갈아 개최하는데, 5년 만에 다시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최근에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코스만이 5년마다 한 번씩 디오픈을 개최하기 때문이다. 닐 자고에는 캐디를 하면서 '축구와 정치'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논문을 쓰고 있다. 그와의 만남은 큰 영감을 주었다. 골프를 마치고 로열 포트러시의 제너럴 매니저인 존 라울러를 만나서 로열 포트러시가 준비하고 있는 153회 디오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미팅을 마치고 골프클럽을 나서는데 닉 팔도가 18홀 그린에서 클럽하우스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로열 포트러시의 던루스 골프코스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환상적이고 너무너무 어려운 코스죠. 해리 콜트 코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죠." "심지어 당신에게조차 어려운 코스인가요?" "30년 전의 나라면 어떻게든 싸워보겠지만, 지금은 안되겠는데요." 골프코스가 얼마나 평화로운지, 골퍼는 이곳에서 어떤 위안을 받는지, 해리 콜트 스타일이란 무엇인지, 이곳 코스가 얼마나 환상적이며 어려운지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