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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최고령 ‘칠순’ 우승…‘된장바둑’ 서봉수 “비결이요? ‘락(樂)’입니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80
2024-06-03 04:31:00
<strong class="media_end_summary">부담 없이 즐겼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져<br>52년 전, ‘명인전’서 조남철 9단 격파…스타덤<br>1997년 ‘진로배’ 국가대항전 9연승 신화 <br> “향후 10년은 더 대국장에 나설 것”</strong><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4/06/03/0000804692_001_20240603043139798.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달 28일 경기 안양시 자택 인근 공원에서 만난 서봉수 9단은 최근 ‘제11기 대주배’ 타이틀 획득과 더불어 국내 최고령 우승 기록까지 세운 원동력을 "’승부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자’는 의미로 ‘락’을 염두에 두고 대국에 나섰던 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안양=허재경 선임기자</em></span><br><br>“비결이요? ‘락(樂)’입니다.”<br><br>예상을 빗나갔다. 처절함과 지독함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소문난 승부사의 태생적인 기질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한가했던 탓이다. 반세기 이상, 적자생존의 반상(盤上) 전투에서만 잔뼈가 굵었던 ‘야전사령관’으로 통했기에 이런 반응은 더 낯설었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11기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에서 우승한 서봉수(71) 9단에게 노하우를 묻자 “그냥 즐겼다”라며 돌아온 답변이 그랬다. 지난달 28일 경기 안양시 자택 인근 공원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즐거움에 기반된 ‘락’을 강조하면서 자신만의 롱런 배경으로 내비쳤다. 대주배가 남녀 중견급 프로 중심의 연령제한기전이지만 바둑계 전설인 이창호(49) 9단과 유창혁(58) 9단도 참가했던 대회에서 국내 최고령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운 서 9단의 이번 대회 우승 의미는 적지 않다.<br><br>“인터뷰까지 할 정도의 큰 대회 우승은 아닌 것 같다”며 겸손해했지만 국내 바둑계에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우선, 내구성이 압권이다. 현재까지 왕성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그의 통산 전적은 1,780승 3무 1,053패(승률 62.83%). 국내 프로기사 가운데선 최다 대국(2,836국) 1위다. 이 과정에서 수집한 국내외 우승 트로피는 33개. 이 중엔 3개의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이 포함됐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4/06/03/0000804692_002_20240603043139823.png" alt="" /><em class="img_desc">프로입문 2년 만인 지난 1972년 벌어졌던 ‘제4기 명인전’(본보 주관) 결승에서 20세 무명이었던 서봉수 9단은 당대 최고 실력자로 꼽혔던 조남철(2006년 작고) 9단에게 깜짝 승리, 국내 최고 권위의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일본 유학파들이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그 시절, 서 9단의 토종 독학 ‘된장바둑’으로 촉발된 이 반상 반란은 당시 본보 1면 톱기사에 배치됐다. 이때 세워진 입단 이후 종합기전 최단기간(1년8개월) 타이틀 획득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em></span><br><br>데뷔 무대도 강렬했다. 프로입문 2년 만인 1972년 벌어졌던 ‘제4기 명인전’(본보 주관) 결승에서 20세 무명이었던 그가 당대 최고 실력자로 꼽혔던 조남철(2006년 작고) 9단에게 깜짝 승리, 국내 최고 권위의 타이틀을 거머쥔 것. 일본 유학파들이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그 시절, 서 9단의 토종 독학 ‘된장바둑’으로 촉발된 이 반상 반란은 당시 본보 1면 톱기사에 배치됐다. 이때 세워진 입단 이후 종합기전 최단기간(1년8개월) 타이틀 획득 기록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br><br>그는 이후 4년마다 개최되면서 ‘바둑 올림픽’으로 불렸던 ‘제2회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1993년)에서 우승,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이어 1997년엔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개최된 ‘진로배 세계바둑최강전’에서 중국과 일본 대표로 출전했던 9명의 선수를 모두 격침, K바둑의 위상도 격상시켰다. 서 9단의 세계대회 최다 9연승 기록은 27년째 유지되고 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4/06/03/0000804692_003_20240603043139915.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달 28일 경기 안양시 자택 인근 공원에서 만난 서봉수 9단은 "아직까지 은퇴를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앞으로도 10년 더 대국장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프로 입단 55년 차인 서 9단은 현재까지 통산 1,780승 3무 1,053패(승률 62.83%)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프로기사 가운데선 최다 대국(2,836국) 1위다. 안양=허재경 선임기자</em></span><br><br>이렇게 치열함의 대명사였던 그가 ‘락’ 전도사로 거듭난 이유는 뭘까. ‘혹시 요즘 불교계를 강타한 뉴진스님의 ‘극락도 락(樂)이다’에서 영감이라도 얻었냐’는 질문엔 손사래부터 쳤다. “뉴진스님이 누군지도 잘 모르지만, 체질상 누구를 따라 하는 성격이 아닙니다.”<br><br>대화는 자연스럽게 ‘락’에 심취하게 된 배경으로 이어졌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하고는 담을 쌓고 지냈어요. 대신 당구나 포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중엔 통기타에 왈츠까지 배웠어요. 살면서 ‘즐거움’이 가장 중요한 가치란 사실을 어느 날 문득 예전 생각에 잠기면서 알게 됐습니다.” <br><br>바둑 입문 동기도 맥락은 같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찾아갔던 기원에서 본 바둑이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바둑에 대한 즐거운 호기심이 그를 반상으로 안내한 셈이었다.<br><br>껄끄러웠을 법했던 동갑내기 라이벌인 ‘바둑황제’ 조훈현 9단에 대한 그의 생각도 쿨했다. “조 9단이 1인자였죠. 천재였으니까요. 저는 2인자에 불과했어요. 서 9단은 조 9단과 함께 1970~80년대 국내 바둑계를 호령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4/06/03/0000804692_004_20240603043139939.jpg" alt="" /><em class="img_desc">지난달 28일 경기 안양시 자택 인근 공원에서 만난 서봉수 9단은 "신진서 9단 혼자서 라이벌 경쟁 상대인 중국을 막아내기란 쉽지 않다"며 후배들의 분발도 촉구했다. 안양=허재경 선임기자</em></span><br><br>하지만 국내 바둑계 현안에 대한 물음에선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진서 9단이 현재 세계 1위이지만 위태로워 보입니다. 경쟁 상대인 중국의 공세를 혼자서 막아내기란 쉽지 않거든요.” 신 9단을 뒷받침할 만한 후배들의 분발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최근 국내 바둑계의 ‘뜨거운 감자’인 정부의 바둑 예산 삭감 파동에 대해선 “세계 최정상에 올라선 K바둑의 위상을 고려하면 아쉽다”고 했다.<br><br>인터뷰 말미에선 현역 연장의 확고한 의지도 드러냈다. 최근 1년 가까이 대상포진으로 고생했다면서도 최소한 하루 2시간 이상은 바둑 연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br><br>“젓가락을 집어들 힘만 있으면 대회에 나가야죠. 앞으로 10년은 더 대국장에서 제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 올해 입단 55년 차인 그의 반상 행마는 이미 11일부터 국제 시니어 기전으로 예정된 ‘제5회 월드바둑챔피언십’ 대회로 향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69/2024/06/03/0000804692_005_20240603043139965.jpg" alt="" /></span><br><br>안양=허재경 선임기자<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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