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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골프 대중화 이끈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80
2024-05-31 05:00:00
<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5/31/0000043861_001_20240531050006753.gif" alt="" /><em class="img_desc">런던 남서부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 전경. photo 글렌데일</em></span></div><br><br>골프는 스코틀랜드 양치기들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일단 시작된 골프는 비쌌다. 골프채는 나무를 깎아 어떻게든 만들어 본다고 해도 가죽과 새털로 만들어진 골프공이 비쌌다. 골프공 하나 값이 골프채 하나 가격과 비슷했으니, 초창기 골퍼들이 공 찾기에 최선을 다한 것은 당연했다. 수천억원 자산가도 러프를 뒤져 공을 끝까지 찾고, 남의 공이라도 하나를 줍고 나서야 러프에서 나오는 모습도 보았다. 공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골프가 시작된 순간부터 골퍼의 DNA에 각인된 것인지도 모른다. 골프클럽 가입비도 비쌌다. 가입비를 마련한다고 해도 골프코스까지 가는 수단이 마땅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골프는 여러모로 비쌌다.<br><br>자신이 직접 나무를 깎아 클럽을 만들고, 주운 공으로 골프를 치고, 골프코스까지 먼 길을 걸어가는 것은 순례와 같았다. 그런 골프는 고단했지만, 그런 종류의 고단함은 워킹 클래스 정서와 동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스코틀랜드 골프는 모든 사람의 취미가 되었다. 스코틀랜드 이외 지역에서의 골프는 훨씬 비쌌다. 도심의 골프는 더욱 그랬다. 골프코스 조성과 관리를 위해 많은 돈이 들어갔고, 비용을 클럽 멤버들이 부담해야 했기 때문이다.<br><br>런던 남서부에 리치먼드파크가 있다. 공원이라기보다 생태 자연에 가까운 리치먼드파크는 런던 중심의 거대 공원인 하이드파크보다 6.8배가 크고,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도 2.8배가 크다. 리치먼드파크 인근에는 골프코스가 많다. 공원을 빙 둘러서 로열윔블던, 쿰힐, 리치먼드, 로열미드서레이, 로햄턴, 리치먼드파크, 런던스코티시와 같은 골프클럽이 있다. 10개 골프클럽과 12개 골프코스가 있다. 로열윔블던과 같은 최상위 클럽은 가입비도 비쌌지만, 아무나 받아주지도 않았다. 인종적 종교적 차별이 있었으며, 계층적 차별도 있었다. 특히 유대인에 대한 배척이 노골적이었다. 유대인 사업가 루 프리드먼은 위기에 처한 쿰힐 골프클럽을 매입하면서 "쿰힐 골프클럽은 인종이나 신념을 구별하지 않고, 회원 자질을 갖춘 모든 젠틀맨에게 개방된다"고 선언했다. 많은 유대인이 쿰힐로 모여들었고, 지금까지도 쿰힐은 유대인 클럽으로 통한다. 그러나 '회원 자질을 갖춘'이라는 수식어와 '젠틀맨'이라는 단어를 통해 이 클럽이 모두에게 개방된 것이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5/31/0000043861_002_20240531050006905.gif" alt="" /><em class="img_desc">심플한 느낌을 주는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 photo 글렌데일</em></span></div><br><br><strong>왕은 서민을 위한 골프코스를 만들고 싶었다</strong><br><br>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할아버지였던 조지 5세는 존 헨리 테일러를 불러서 골프클럽에 가입하기 어려운 수공업 장인과 서민들을 위해 골프코스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테일러는 디오픈을 5회 우승한 인물이다. 디오픈을 6회 우승한 해리 바돈과 5회 우승한 제임스 브레이드와 함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골프의 부흥을 이끈 삼인방 중 한 명이다.<br><br>그렇게 리치먼드파크 동쪽, 런던의 가장 핵심적인 왕실의 땅에 18홀 골프코스가 만들어졌고, 당시에 왕자(Prince of Wales)였던 에드워드 8세(엘리자베스 2세의 큰아버지)에 의해 개장되었다. 코스 명칭은 '왕자의 코스(Prince's Course)'로 붙여졌다. 골프코스는 큰 인기를 누렸다. 2년 후에 18홀 코스가 하나 더 만들어졌고, 당시에 공작(Duke of York)이었던 조지 6세(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에 의해 개장되었다. 코스의 명칭은 '공작의 코스(Duke's Course)'가 되었다.<br><br>마거릿 대처의 사유화가 진행되기 전까지 골프코스에 관한 모든 결정은 왕실 업무를 처리하는 정부기관에서 관장했다. 코스 관리는 구청 공무원이 맡았다. 1982년 마거릿 대처의 개혁으로 골프코스 관리는 기업에 넘어갔고, 2004년부터는 현 관리기업인 글렌데일이 맡고 있다. 글렌데일은 골프코스 운영자로서 이용자에게 그린피를 받는다. <br><br>그린피는 주중 22파운드, 주말 27파운드다. 한 달 그린피는 주중 110파운드, 주말이 포함될 경우 148파운드다. 연간 그린피는 주중 936파운드, 주말이 포함될 경우 1351파운드다. 그것만 내면 일년 내내 횟수 제한 없이 원하는 대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연회비도 원한다면 매달 분할하여 납부할 수 있다. 누구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골프코스를 만들겠다는 왕의 꿈은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에서, 그것도 런던 한가운데에서 완벽하게 이뤄졌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5/31/0000043861_003_20240531050007080.gif" alt="" /><em class="img_desc">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의 편의시설. photo 글렌데일</em></span></div><br><br><strong>초보자와 서민들이 애용하는 친절한 관문</strong><br><br>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와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의 관계는 우리나라 골퍼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골프코스는 여전히 왕실의 소유다. 민간기업인 글렌데일이 임대하여 골프코스를 운영한다.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은 글렌데일의 고객일 뿐이다. 엄연한 별개의 운용이다. 글렌데일은 자체 회원권을 발행하지만, 그것은 골프코스를 이용할 권리일 뿐이며, 골프클럽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글렌데일 회원 중 다수는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에 가입한다. 글렌데일 회원이 골프클럽 회원이 되길 원하면, 글렌데일은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 연회비를 대신 납부해 준다. 골프코스를 이용하는 골퍼가 클럽의 멤버가 될 경우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고, 그렇게 되면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지기 때문이다.<br><br>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다. 43년간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의 멤버인 피터 해링턴이 1981년에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를 찾은 이유도 집에서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회계사였던 그는 은퇴하고 클럽 시크리터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아내 시나 해링턴과 함께 무보수로 클럽의 중요한 업무부터 세세한 업무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그가 처리한 업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15년간 변하지 않고 있던 클럽 연회비를 지난해에 25% 인상한 일이다. 그 덕에 연회비는 50파운드에서 60파운드가 되었다.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의 회원은 대개 글렌데일의 회원이지만, 60파운드만 내고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의 회원이 된 후에 클럽이 치르는 골프대회에 참여할 때만 22파운드를 글렌데일에 그린피로 내는 골퍼도 있다.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은 골프코스를 만든 왕의 뜻을 따르고 있다.<br><br>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와 골프클럽은 지난 100년간 변함없이 골프로 가는 친절한 관문 역할을 해왔다. 그것은 피터 해링턴이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에 가지는 자부심이다.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와 골프클럽은 많은 런던시민을 골프에 입문시켰다. 그렇다고 하여 골프클럽에 골프초보자와 서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피터 해링턴처럼 수십 년간 골프클럽을 지키는 골퍼가 많고, 스크래치 골퍼도 적지 않으며, 다른 골프클럽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골퍼도 제법 있다. 멤버 중에는 셀럽도 있고, 기업가도 있다. 스타일을 중시하는 유명 패션기업 CEO도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의 충성스러운 멤버다. 골프고수와 초보자가 함께하고, 남녀노소와 계층을 아우르고, 회원 간 친밀도가 높은 것도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이 가지는 자부심이다.<br><br>영국에 온 한국 사람이 회원 도움 없이 쉽게 골프를 칠 수 있는 곳도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다. 프린스 코스와 듀크 코스라는 말에 약간의 기대심을 가지지만, 플레이를 시작하자마자 실망감에 빠진다. 페어웨이 잔디는 균일하지 않으며, 그린은 작다. 코스 길이는 짧고, 난이도 있는 벙커는 없으며, 골퍼를 긴장에 빠트리는 코스 셋업도 보이지 않는다. 골프에 많은 돈을 쓰고, 코스의 퀄리티를 중시하는 골퍼는 실망하고, 심지어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를 무시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5/31/0000043861_004_20240531050007155.gif" alt="" /><em class="img_desc">프린스 코스 1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는 에드워드 8세. photo 글렌데일</em></span></div><br><br><strong>골프에 대한 허영을 꾸짖는 소박함</strong><br><br>필자도 그런 사람이었다. 런던에서 처음 플레이해 본 골프코스가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였고 이후로 가끔 회원 초대를 받아 골프를 쳤지만, 즐거움보다는 아쉬움이 앞섰다. 그린의 잔디 길이와 스피드에 대해서, 벙커의 모래에 대하여, 비가 온 후에 질척이는 페어웨이에 대해서 불평했다. 인근의 쿰힐 골프클럽 멤버가 초대하면 기꺼이 갔지만, 리치먼드파크 골프클럽 멤버가 초대하면 안 갈 핑계를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필자는 코스 관리가 런던 근교 코스 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런던 골프클럽에 정착했다. 골프와 관련하여 나의 경제력 대비 과도한 돈을 쓰며, 세계 최고의 골프코스에 다녀온 것을 자랑으로 떠벌린다. 골프 역사를 공부하며 골프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골프에 대한 허영은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br><br>'골프란 당신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피터 해링턴은 "골프는 시간을 과소비하는 취미다"라고 답했다. 그는 회계사로 일할 때나 은퇴한 지금이나 골프에 많은 시간을 쓴다. 골프는 그가 삶을 즐기는 검소한 방식이다. 같은 질문에 시나 해링턴은 "나의 친구들은 일주일에 8시간 넘게 반려견과 산책하며 시간을 보낸다. 반려견이 없는 내게 골프는 신선한 공기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핑계를 제공해 준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친구들은 반려견을 쫓아가고, 그녀는 골프공을 쫓아가는 것이 다를 뿐이다.<br><br>피터 해링턴에게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를 제외하고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골프코스는 어디인가?'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유명 골프클럽을 방문하여 관계자를 만날 때마다 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질문을 하자마자 잘못된 것임을 깨달았다. 그에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많은 골프코스를 다니지는 않는다. 버힐도 좋은 코스고, 호브리지도 좋은 코스라고 생각한다." 그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인근 골프코스 중 좋아하는 코스 두 곳을 댔다. 그의 대답은 필자의 예상을 크게 빗나갔다. 삶으로서 그의 골프는 허영적 요소가 있는 필자의 골프와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어색한 질문과 답변이었다. 일상에서 골프와 관련한 자원봉사를 하고, 가까운 곳에서 산책하듯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이 그에게는 중요하다.<br><br><div style="text-align:cente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4/05/31/0000043861_005_20240531050007346.gif" alt="" /><em class="img_desc">프린스 코스 개장식에 참석한 에드워드 8세.(당시 웨일스 왕자·맨 오른쪽) photo 글렌데일</em></span></div><br><br><strong>'골프를 치지 않은 날은 잃어버린 날이다'</strong><br><br>리치먼드파크 북단에는 로열미드서레이 골프클럽이 있다. 조지 5세에게 리치먼드파크 골프코스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존 헨리 테일러가 그곳의 골프 프로페셔널로 일하고 있었다. 로열미드서레이 골프클럽의 다이닝룸에는 존 헨리 테일러, 에드워드 8세와 아서 밸푸어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다. 아서 밸푸어는 이스라엘 건국의 단초가 된 밸푸어 선언의 주인공이다. 밸푸어 선언 당시(1917) 외무부 장관이었지만 그 이전에는 총리를 역임(1902~1905)하기도 했다. 그의 초상화 밑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쓰여 있다. '골프를 치지 않은 날은 잃어버린 날이다.' 심지어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을 때도 이러한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br><br>골프코스를 자주 가고, 골프코스를 갈 수 없을 때는 연습장을 방문해야 하고, 연습장을 갈 수 없다면 골프 채널에서 골프 경기라도 봐야 하는 골프 애호가라면 아서 밸푸어의 말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그들에게는 어느 골프코스에서 골프를 치느냐보다 중요한 것이 골프를 친다는 사실 그 자체다. 서울 시내에 36홀 골프코스가 있고, 한 라운드 그린피가 3만8000원이고, 일년 내내 제한없이 칠 수 있는 회비가 230만원이라면 그것은 축복이다. 그것이 왕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면 골퍼에게 그는 한없이 자혜로운 왕이 아닐 수 없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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