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환 대한테니스협회 정상화 대책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반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영자 대한테니스협회 회장 직무대행, 김 위원장, 김석찬 제주시테니스협회 회장. /뉴시스
대한테니스협회가 10년 동안 갚지 못했던 빚을 전부 탕감했다며 관리단체 지정 시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협회는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약 46억1000만원 가량의 채무를 미디어윌로부터 전부 탕감받았다”며 “미디어윌로부터 채무를 탕감받은 만큼 대한체육회도 테니스협회에 대한 관리단체 지정 시도를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협회 임원진은 해임되고 체육회가 구성하는 관리위원회가 운영을 맡는다. 내년 80주년을 맞는 협회엔 ‘굴욕’인 셈이다.
테니스협회의 관리단체 지정 위기는 9년 전인 2015년 시작됐다. 당시 주원홍 협회장은 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중견기업 미디어윌에 30억원을 빌려 육군사관학교 테니스코트 개·보수에 나섰다. 대신 미디어윌에는 코트 운영권을 주기로 했다.
그런데 주원홍 협회장의 후임인 곽용운 회장이 2016년 부임한 뒤 이 약속을 취소했다. 특정 기업에 코트 운영권을 주는 것은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미디어윌은 이에 반발해 소송전을 펼쳤고, 5년 동안 법정 다툼 끝에 협회가 최종 패소했다. 그 사이 빚에 붙은 이자는 60억원 가량으로 불어났다.
2021년 취임한 정희균 신임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이듬해 미디어윌과 더는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기로 합의했다. 지난 곽 회장 체제 협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조사 보고서를 쓰고 공개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협회는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미디어윌은 채권을 압류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재정적 문제가 이어지자 대한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단체로 지정하기 위해 지난 7일 심의위원회를 열었다.
협회가 이날 공개한 미디어윌이 협회에 발송한 공문에는 “당사는 대승적 차원에서 귀 협회의 기 상환액을 제외한 잔여 채무에 대해 전액 탕감을 약속한다”고 쓰여 있다. 미디어윌 관계자는 “테니스를 사랑하는 기업으로서 관리단체 전락만은 막아야 한다는 내부 결정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미디어윌은 전제조건을 붙였다. 미디어윌은 “귀 협회와 당사 간 채권, 채무 관계에 대해 조사하고, 그 결과보고서를 발간해서 협회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모든 테니스인들이 이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한다”고 했다. 2022년과 같은 내용이다.
손영자 테니스협회 회장 직무대행은 이날 “거액의 채무를 탕감해주기로 한 미디어윌 주원석 회장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빚만 청산하면 테니스협회 회장이 누가 돼도 좋다고 하신 만큼 이번 채무 탕감으로 이기흥 회장께서 약속을 지켜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는 31일 이사회를 열어서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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