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저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서 저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가 여성 리더십에 대해 말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여성의 정치 참여를 늘리려면, 근본적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합니다”.
저신다 아던 전 뉴질랜드 총리는 22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세션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연동형 비례대표제)으로 국회의 대표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여성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아던 전 총리는 2017년 여성으로는 최연소인 37세에 뉴질랜드 총리에 올랐다. 섬세하면서도 거침없는 소통 방식으로 코로나 팬데믹 등 국가적 위기를 돌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임기 도중 임신과 출산을 하는 등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국정을 수행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2023년 1월 총리직에서 내려온 이후에는 오랜 연인과 결혼식을 올리고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초빙연구원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손지애 전 CNN 서울 지국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이날 세션에서 아던 전 총리는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한 국가의 수장이 되는 데 성별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전혀 갖지 않고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년시절 이미 두명의 여성 총리가 탄생하는 것을 지켜봤다는 뜻이었다. 그는 “갑자기 총리로 지명됐을 때, 처음에는 스스로에게 확신을 갖지 못했지만 나이는 상대적인 것일 뿐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며 “내가 이끄는 정부가 국민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인식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아던 전 총리는 임기 2년차이던 2018년 출산을 하게되면서 ‘초보엄마’와 ‘총리’ 직을 동시에 수행한 경험도 털어놓았다. 그는 “처음 임신을 알았을 때, 국민들에 공개해야할지 고민했다”며 “(임신 사실을 밝히면) 사람들이 내가 총리직에 진지하지 않다고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엄마가 되고 싶었지만, 엄마가 되는 것과 리더가 되는 것은 서로 배타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며 “입덧이 시작되자마자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쉴 수 있는 장소를 계속 찾았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막상 임신 사실을 알리니 국민들은 나를 굳건히 지지해줬다”고 했다.
아던 전 총리는 여성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임시절 유급 육아 휴직을 6개월로 늘리고, 소득과 관계없이 생활을 뒷받침하는 보편적 아동수당을 도입한 것이 효과적이었다”며 “출산한 여성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고, 어떤 형태로든 가족에 대한 강력한 지원구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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