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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이제야 후회합니다, 한번 더 아는 척 할 걸 [배우 김지성 에세이]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1
2024-05-20 20:14:57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아버지를 닮았다는 이유로 모르는 할아버지에게 운동화 선물... 다시 뵐 수 있을까요?</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2QoPrIFOrI"> <p dmcf-pid="VVe2ADHErO" dmcf-ptype="general">1994년 연극으로 데뷔해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배우 김지성의 사는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p> <p dmcf-pid="fJcdhT7vrs" dmcf-ptype="general">[김지성 기자]</p> <p dmcf-pid="4ikJlyzTEm" dmcf-ptype="general">그러고 보니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p> <p dmcf-pid="8nEiSWqysr" dmcf-ptype="general">운동삼아 걷기 좋은 동네 개천길이 있다. 해질 무렵, 매일 같은 시간대에 나가보면 어제도 본 사람들, 산책 나온 반려견들과 마주치게 된다. 굳이 통성명을 나누지 않아도 늘 비슷한 옷차림들로 낯익어 가던 차에, 매일 보는 할아버지가 계셨다. </p> <p dmcf-pid="6wvDtpQ0Ow" dmcf-ptype="general">세차게 할아버지를 추월하는 사람들 사이로 아장아장 느린 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돌아가신 아버지와 많이 닮아 보였다. 아니 그보다, 바닥을 끌며 걷는 검정구두에게 자꾸 시선을 빼앗겼다.</p> <p dmcf-pid="PrTwFUxpDD" dmcf-ptype="general">지난번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 가실 때, 말을 걸어 볼까도 생각했었다. 결국 그냥 돌아선 것이 내내 맘에 걸려, 한번 더 기회가 온다면 그땐 망설이지 않기로 다짐하던 차였다.</p> <div dmcf-pid="Qmyr3uMUrE" dmcf-ptype="general"> <strong>아버지를 많이 닮은 할아버지</strong> <br>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x6n8Ds1mrk"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5/20/ohmynews/20240520200903354vhdd.jpg" data-org-width="1080" dmcf-mid="9gUGfPc6wC"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5/20/ohmynews/20240520200903354vhdd.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직접 구두를 벗겨 운동화로 바꾸어 신겨 드리고 끈을 매드렸다.</td> </tr> <tr> <td align="left">ⓒ 김지성</td> </tr> </tbody> </table> <div dmcf-pid="yS5lq9LKsc" dmcf-ptype="general"> <br>또다시 벤치에 힘겨이 앉으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먼발치에서부터 보인 순간, 부리나케 잰걸음으로 달려가 눈높이를 맞춰 앉고는 준비했던 말들을 꺼냈다. </div> <p dmcf-pid="Wv1SB2o9IA" dmcf-ptype="general">"아버님. 안녕하세요?"</p> <p dmcf-pid="YyFTKfaVDj" dmcf-ptype="general">할아버지가 미소로 답례했다.</p> <p dmcf-pid="GW3y94NfON" dmcf-ptype="general">"얼마 전부터 아버님을 오가면서 계속 뵈었어요."</p> <p dmcf-pid="HY0W28j4wa" dmcf-ptype="general">그랬냐며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p> <p dmcf-pid="XZ7X8xEQIg" dmcf-ptype="general">"근데, 아버님. 이렇게 무거운 구두로 오래 걸으시면 되레 건강에 좋지 않아요, 게다가 이렇게 더운 여름에. 운동화 신고 걸으셔야 해요."<br>"이 구두 하나밖에 없어. 이거라도 신고 걸어야지."<br>"괜찮으시다면 제가 운동화 한 켤레 선물해드려도 될까요?"<br>"좋지요."</p> <p dmcf-pid="Z5zZ6MDxro" dmcf-ptype="general">할아버지는 크게 반색하셨다.</p> <p dmcf-pid="51q5PRwMwL" dmcf-ptype="general">"아버님, 발치수가 어떻게 되세요?"<br>"잘... 몰라."<br>"제가 잠깐 구두 좀 살펴볼게요." </p> <p dmcf-pid="1dAeCvuSwn" dmcf-ptype="general">그렇게 구두 한 족을 조심스레 벗겨보니, 발바닥 모양 그대로 파이고 닳아버린 밑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옆 둘레에 희미하게 새겨진 치수 265를 어렵사리 발견하고서,</p> <p dmcf-pid="tJcdhT7vmi" dmcf-ptype="general">"아버님, 운동화는 집으로 보내드릴게요. 집주소가 어떻게 되세요?"<br>"집주소가... 에휴, 생각이 잘 안 나네."</p> <p dmcf-pid="FikJlyzTsJ" dmcf-ptype="general">할아버지는 셔츠의 왼쪽 가슴 포켓에서 천천히 뭔가를 꺼내신다. 목걸이 명찰에 쓰인 글씨들에는 주소가 없다. </p> <p dmcf-pid="3owLTGbYmd" dmcf-ptype="general">병명 : 노인성 치매환자<br>성명 : 000<br>길을 잃었을시, 아래로 연락바람.<br>비상 연락망 : 핸드폰 번호 (010 - 000 - 0000 외 3개) </p> <p dmcf-pid="0groyHKGIe" dmcf-ptype="general">"아버님, 그럼 제가 운동화 산 다음에 직접 전화드릴게요."<br>"고마워요."<br>"네, 또 뵙겠습니다."</p> <p dmcf-pid="pamgWX9HrR" dmcf-ptype="general">집에 와서 사진 캡처해 놓은 연락처를 자세히 보니, 자녀분들의 핸드폰 번호였다. 하마터면 가족에게 결례를 범할 뻔했다.</p> <p dmcf-pid="UlZhzKnbOM" dmcf-ptype="general">'일단 운동화 사고, 아버님 만날 수 있을 때까지 개천길 주변을 계속 걸어다녀봐야겠다. 뭐, 3~4일 안에는 뵐 수 있겠지. 그나저나... 나를 기억해 주시려나...?' </p> <p dmcf-pid="uS5lq9LKOx" dmcf-ptype="general">다음 날, 매장에 직접 가서 가벼우면서도 발볼이 넓은 운동화를 구입한 후, 비슷한 시간에 어제의 장소로 갔다. 쉼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개천길을 따라 걷다보니 어느 새 2시간이 흘렀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개천길 끝까지 갔다가 집 방향으로 되돌아오는데, 저 멀리 홀로 벤치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가 보였다. </p> <p dmcf-pid="7v1SB2o9IQ" dmcf-ptype="general">평소와 달리 누군가 기다리듯 사방으로 고개를 돌리고 검정 구두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해진 신발 밑창도 이리저리 살피는 걸 봐서는 분명 어제 일을 기억하고 계신 거다. </p> <p dmcf-pid="ztB1QerRDP" dmcf-ptype="general">"아버님~!"</p> <p dmcf-pid="qFbtxdmeO6" dmcf-ptype="general">부르며 달려가니 두 팔 흔들어 반갑게 맞아주시고, 운동화를 보여주기 전부터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직접 구두를 벗겨 운동화로 바꾸어 신겨 드리고 끈을 매드렸다. 다행히 신발도 꼭 맞는다. 할아버지가 손바닥으로 비어 있는 옆자리를 툭툭 치며 잠깐 앉으라 하셨다.</p> <p dmcf-pid="BwvDtpQ0r8" dmcf-ptype="general">말씀대로 잠시 벤치에 머물러 무수히 우리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운동화를 나란히 감상했다. 그러고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려 또 고맙다고 하셨다. "아니요. 제가 마음이 편해져 더 좋습니다. 건강하세요, 아버님"라고 말씀드린 후, 뿌듯함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p> <p dmcf-pid="brTwFUxpw4" dmcf-ptype="general"><strong>그냥 아는 척 할 걸</strong></p> <p dmcf-pid="Kmyr3uMUIf" dmcf-ptype="general">그리고 며칠 동안 개천길을 가지 않았다. 자못 쑥쓰럽기도 하고, 굳이 운동화 신은 모습을 확인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일주일이 흘렀을 즈음, 다시 마주친 할아버지는 내가 사준 운동화가 아닌 무거운 검정구두를 신은 채 여전히 바닥을 끌며 걷고 계셨다.</p> <p dmcf-pid="9hXC7biBmV" dmcf-ptype="general">그날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개천길에 가지 않았다. 줬으면 그만인 것을, 실망이든 섭섭함이든 그 어떤 마음도 키우고 싶지 않았기에, 나를 잊은 것에 대해 굳이 상처로 남기려 하지 않았다.</p> <p dmcf-pid="2lZhzKnbw2" dmcf-ptype="general">시간이 흘러 반려견을 입양하고, 실로 1년 만에 다시 개천길을 걷게 되었다. 반려견과 매일 할아버지가 앉아계셨던 그 벤치를 수없이 지나쳤다. 사계절이 두 번 흘러갔지만 어디에도 당신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p> <p dmcf-pid="VS5lq9LKD9" dmcf-ptype="general">이제서야 비로소 후회가 된다. 그 날, 또다시 구두 신은 모습을 보았을 때, 회피하기 보다 한번 더 다가가 잔소리 비슷한 오지랖이라도 부려 볼 것을. 그럼 이후에도 계속 뵐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서서히 나를 잊으실 때까지. 쿨했던 것이 아니라 소심했던 지난 날로 인해 소중한 추억을 더 새길 수 없게 되어 버렸다.</p> <p dmcf-pid="fhXC7biBDK" dmcf-ptype="general">운동화였든, 무거운 구두를 신었든 간에 나를 향해 손 흔들며 환히 웃어주던 할아버지. 꼭 한번 다시 뵙기를 소원하며, 오늘도 그가 머물었던 개천길 주변을 어김없이 서성인다.</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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