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젊은 러시아 여성들이 중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일까'라는 제목의 이코노미스트 온라인 보도 캡쳐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중국인 남편을 위해 요리하고 자녀를 기꺼이 낳겠다며 뭇 중국 남성들을 설레게 했을 나타샤와 소피아는 AI(인공지능)로 만들어진 딥페이크, 즉 가짜였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1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수개월간 중국에 대한 존경과 중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젊은 러시아 여성들은 AI 도구를 통해 제작됐다고 보도했다. '나타샤'(Natasha) '소피아'(Sofia) 등의 이름으로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딥페이크(Deep Fake)로 만들어진 가짜였다는 것이다.
딥페이크란 AI 학습 방식 중 하나인 딥러닝(심층학습)과 '가짜'를 의미하는 '페이크'(Fake)를 합성한 단어다. AI 기술을 활용해 음성, 영상, 이미지 등을 만들어 마치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무언가를 표현한 것처럼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단순한 놀이로만 여겨지던 딥페이크는 이제 타인의 초상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범죄에까지 활용되고 있다. 타인의 신상을 도용해 금전적 피해를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성착취물에 실제 인물의 사진을 합성해 피해를 주는 상황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는 딥페이크물이 중국의 우월감을 고취시키는 데까지 활용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국가주의자들의 우월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외국인을 동원하는 짧은 동영상들이 부각됐다"며 "이 동영상에는 중국에 대한 존경과 중국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아름다운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고 전했다.
대부분 금발인 데다 나타샤·소피아 등 러시아식 이름을 가진 여성들은 러시아 남자들이 술에 취하고 게으르다고 불평하면서 중국의 사회와 기술을 찬양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여성들이 값싼 AI 툴(도구)로 만들어진 딥페이크물에 불과하다며 "성우 더빙과 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그 어떤 여성이라도 중국 미혼 남자들의 꿈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존재하는 여성의 초상권이 중국 남성들의 매력을 찬양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러시아 크렘린을 배경으로 한 자신의 얼굴이 중국어로 말하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 이 여성은 "역겨웠다(I was disgusted)"며 "내 자율권이 침해됐다고 느꼈다"고 이코노미스트에 밝혔다.
이같은 동영상이 만들어지는 이유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과 러시아의 전통적인 관계가 역전된 데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공산주의 초기 러시아(구 소련)가 공산주의 진영의 큰 형의 역할을 자처하고 중국은 러시아의 지원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와 자원을 지원하는 등 상황이 뒤바뀌었다. 일련의 상황을 통해 중국 국수주의자들의 자긍심이 높아지며 이들의 만족감을 높여주기 위한 '딥페이크'까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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