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 신제품 광고에서 카메라 등 예술에 쓰이는 도구들이 짓뭉게지는 장면./애플
애플이 ‘인공지능(AI) 반격’을 염두에 두고 야심차게 내놓은 아이패드 신제품이 공개 하루만에 역풍을 맞고 있다. 애플의 가장 강력한 프로세서인 ‘M4′칩을 탑재한 아이패드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광고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며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들의 역린(逆鱗)을 건들면서다.
애플은 7일 아이패드 신제품 공개와 함께 ‘크러시!(Crush)’라는 온라인 광고를 각종 플랫폼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1분 여 길이의 광고는 시작과 함께 LP플레이어, 물감, 조각상, 기타 등 음악·미술 등에 필요한 도구들 위로 육중한 강철 압력판이 내려오기 시작한다. 가장 위에 놓인 트럼펫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피아노·게임기·메트로놈·지구본·카메라 등이 차례로 짓뭉게진다. 그리고 모든 물건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얇은 아이패드 프로만이 남게된다. 복잡한 도구 없이도 모든 작업을 강력한 성능의 아이패드 한 장으로 처리할 수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7일 애플이 공개한 아이패드 신제품 광고에서 모든 아날로그 예술 도구들이 짓뭉게진 이후 남은 아이패드의 모습./애플
하지만 이 광고는 공개 즉시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소셜미디어에는 “모든 아름다운 아날로그적 도구들은 얇고 평평한 패드 한장에 전부 파괴될 것”, “인류의 창의성을 상징하는 물건들을 파괴하는 것이 2024년 기술 산업의 현주소”, “예술가들이 생성형 AI로 생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이런 영상을 보는건 고통스럽다”같은 평가가 잇따랐다.
40년 전 애플 매킨토시 광고./애플
애플의 광고는 매번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성과 세련됨으로 주목을 받았었다. 40년 전 당시 신생 회사였던 애플의 ‘1984′ 매킨토시 광고를 통해 무리지은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TV를 부숴버리는 내용을 담으며, “1월 24일 애플 컴퓨터는 매킨토시를 출시한다. 여러분은 1984년이 왜 ‘1984(조지 오웰의 소설)’가 아닌지 알게될 것이다.”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는 개인 컴퓨터 시대의 시작을 알린 애플 광고의 수작으로 꼽힌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역사적으로 애플은 혁신을 주도하는 이미지였지만, 이번 광고는 애플을 아날로그 세계에 대한 디지털의 승리를 상징하도록 만들었다”며 “(기술 과잉으로)일부 테크 애호가들까지 러다이트 운동가가 되는 상황에 이런 광고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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