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
[한국경제TV 김종학 기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끌고 있는 벅셔 해서웨이가 지난해 1분기 주요 투자 기업인 애플 지분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간 4일 미국 네브레스카주 오마하에 위치한 CHI 헬스센터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이러한 실적을 발표한 워런 버핏은 기업에 대한 전망이 바뀐 것이 아닌 세금 문제를 우려한 매도라고 해명했다.
벅셔 해서웨이가 이날 오전 공개한 2024 회계연도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총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증가한 898억 6,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부문별 영업이익은 주력인 보험 부문은 인수와 투자를 바탕으로 총 51억 9,600만 달러로 지난해(약 29억 원) 대비 79.9% 늘었다. 이 가운데 보험 인수 수익만 25억 9,800만 달러로 1년 만에 185% 증가해 전체 실적을 뒷받침했다. 주요 자회사인 자동차보험사인 가이코(GEICO)는 지난해 19억 2,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4% 실적 증가를 보였다.
나머지 사업 부문 가운데 벅셔해서웨이 에너지는 7억 1700만 달러로 72.4% 증가했고, 제조업 부문은 30억 2,100만 달러로 1.3% 이익이 늘었다. 이에 반해 지난해말 인건비와 운용 부담을 언급한 철도 회사 벌링턴 노던산타페(BNSF)는 전년대비 8.3% 감소한 11억 4,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보험 부문의 탄탄한 실적과 달리 투자 부문의 실적 둔화로 인해 벅셔 해서웨이의 1분기 순이익은 64% 감소한 127억 달러에 그쳤다.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632억 9,100만 달러(약 222조 원)에서 1분기말 1,823억 3,500만 달러(약 247조 8천억 원)로 급증했다. 워런 버핏 회장은 1분기 실적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번 분기 말에는 약 2천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돈을 쓰고 싶지만, 위험이 거의 없고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여기지 않는 한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 애플 지분 2분기 연속 축소…버핏 "계속 보유할 계획"
CHI헬스센터 수용 인원 약 2만 명을 가득 채워 성황을 이룬 이날 벅셔웨이 주총장은 지난해와 다른 풍경이 연출됐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에 대한 미국 내 대학생들의 반발이 확산하면서 벅셔 주주총회장도 이러한 시위의 표적이 됐다. 팔라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는 워런 버핏이 이를 돕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가자 지구를 지원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어수선한 주총장 밖과 달리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전시장에는 주요 투자기업인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팀 쿡은 이날 최고재무책임자인 루카 마에스트리,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담당 부사장인 크리스틴 휴겟 퀘일 등과 함게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의 방문에도 벅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1분기 기준 애플 지분을 13%나 줄인 실적 보고서로 투자자들을 놀라게했다. 2024년 1분기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투자 기업 지분가치는 애플 1,354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 392억 달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345억 달러, 코카콜라 245억 달러, 쉐브론 194억 달러 순이다.
벅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4분기 9천 556만 주, 1,743억 달러 어치의 애플 지분을 보유했으나 7억 9천만 주로 13%(1억 1,556만주)를 더 줄였다. 벅셔 해서웨이의 애플 보유 지분가치는 최근 주가 변동을 더해 지난 4분기 대비 23% 감소했다. 이에 대해 워런 버핏은 기업에 대한 전망이 바뀐 것이 아닌 세금 부담을 우려한 지분 축소라고 해명했다. 버핏은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로 인한 세율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올해 21% 세율을 떼고 조금 더 올린다면 올해 애플을 판 것에 대해 조금도 불편하게 여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버핏은 애플의 매출 둔화에도 최대주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거듭 강조했다.버핏은 애플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보다 훨씬 나은 기업"이라면서 그의 후계자인 그렉 아벨 비보험부문 부회장이 기업을 넘겨받더라도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애플을 계속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워런 버핏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총괄하고 있는 토드 콤스 가이코 최고경영자와 데드 웨슬러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영향으로 2016년부터 애플 지분을 매입해 왔으며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의 50%를 투자한 애플 최대주주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 투자로 거둔 수익은 누적 600%를 상회하고 있다.
애플 주가는 지난해 1년간 48% 상승했으나, 올해들어 중국 내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지난 금요일까지 1.23% 하락한 상태다. 애플은 지난 2일 장마감후 실적에서 매출은 시장 예상보다 높은 608억 달러를 기록했고, 1,100억 달러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 발표에 하루 만에 5.9% 가량 급등했다. 버핏은 지난 지난해 4분기에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1% 가량인 1천만 주의 애플 지분 매도에 대해 "실수 였을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해왔다.
오마하 = 김종학 뉴욕 특파원
김종학기자 jh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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