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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형무소 가는 게 차라리 나았던... 76년 전 제주의 비극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47
2024-04-16 11:18:0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돌들이></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1lHYltswR"> <p dmcf-pid="yARgLRc6mM" dmcf-ptype="general">[김상목 기자]</p>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WceaoekPDx"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3096ezej.jpg" data-org-width="400" dmcf-mid="yeXf2zQ0O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3096ezej.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포스터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무브먼트</td> </tr> </tbody> </table> <div dmcf-pid="YQq4VqxpEQ" dmcf-ptype="general"> <br><strong>잠들지 않는 남도의 비극을 고찰하다</strong> </div> <p dmcf-pid="GxB8fBMUIP" dmcf-ptype="general">4월, 봄 절기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세상이 온통 녹색으로 생동하는 시기다. 하지만 그렇게 만물이 피어나는 시간임에도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이 표현은 적어도 현대 한국 사회에선 그저 단순한 수식어로 그치지 않는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적어도 1948년 제주 4.3사건, 1960년 4.19혁명, 2014년 4.16 세월호 참사에 이르는 역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밖에 없다. 모두 안타까운 인명이 희생된 공통점을 지니지만 4.19가 희생을 감내하며 독재자를 몰아낸 전환점이자 이후 수십 년간 군사독재 세력과 맞서 싸우게 될 민주화 운동의 효시가 된 '미완의 혁명'인 데 비해 시간상 앞과 뒤를 차지하는 국가폭력과 사회적 참사의 기록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거대한 숙제로 남은 상태다.</p> <p dmcf-pid="H9Fq7F2XD6" dmcf-ptype="general">세월호 참사 10주기가 다가와 전국 각지에서 추모와 기념행사가 이어지지만 몇 차례 정권이 교체되는 와중에도 유가족과 희생자들이 바랄 온전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회 시스템의 정비는 요원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불과 10년 전에 온 나라를 뒤흔들어 놓은 사회적 참사조차 이런 상황인데, 어느덧 피해 당사자들이 고령으로 사라져가는, 게다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남쪽의 섬에서 일어난 국가폭력의 비극은 어느새 희미해지며 역사책의 한 자락으로만 남을 상황이다. 그런데 역사 교과서에는 과연 얼마나 제대로 공정하게 기록되어 있을까. 올해도 현직 대통령조차 추모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말이다.</p> <p dmcf-pid="X23Bz3VZr8" dmcf-ptype="general">제주도는 역사 이래 늘 '변경'에 머물러왔다. 섬은 늘 침략 당하고 간섭 당하는 처지였다. 적극적으로 뭘 해보기는커녕 항상 일방적으로 당하고 빼앗기며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 없이 묻히고 마는 그런 땅이다. 이탈리아반도 장화 끝에 자리를 잡은 시칠리아섬이 그랬고,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 섬이 그랬다. 오키나와의 운명이 그랬고 쿠바 역시 그런 운명에 처했다.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에 자리를 잡았기에 외세를 피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우대를 받은 것 하나 없이 평소엔 외면 당하거나 내륙이 감당하기 싫은 군사기지를 떠안고 내부 식민지로 착취 당했다. 늘 과도한 특산품 공출에 시달려야 했고 국운이 기울면 희생양으로 내몰리곤 했다. 외지인 간섭에 대한 피해의식은 해당 도서지역의 공통된 특징이다.</p> <p dmcf-pid="ZV0bq0f5O4" dmcf-ptype="general">1948년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에 대한 전국적 반대운동은 마치 훗날 광주가 본보기로 고립된 상태에서 희생된 것처럼 유독 제주에서 끔찍하게 탄압을 받았다. 외지에서 온 군대와 반공에 맹목적으로 매달린 서북청년단, 일제 치하에서 고스란히 전직한 경찰이 현지 실정에 대한 무지와 극단적 반공 이데올로기를 결합해 섬 전체를 초토화시켰다. 살아남기 위해 불과 몇 년 전 해방이 되면서 떠나온 일본 땅으로 밀항한 이들이 수두룩했다. 재일교포 사회에서 유독 제주도 출신이 많은 이유다. 남한 정부에 대한 불신과 공포로 이들 중 상당수가 조총련 활동에 참여했고, 이는 또 다른 갈등과 차별로 이어졌다. 이렇게 4.3 사건은 거대한 후유증을 낳았지만 육지의 대부분은 그저 과거의 사건으로 얼른 지우고자 이심전심이다. 하지만 진실은 그리 쉽게 사라지고 잊히지 않는다.</p> <div dmcf-pid="5ZCYyC5rrf" dmcf-ptype="general"> <strong>5명의 여성 생존자가 기억하는 각자의 '제노사이드'</strong> <br>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15hGWh1mwV"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4655qreq.jpg" data-org-width="1280" dmcf-mid="Wq3xP2JqEW"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4655qre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무브먼트</td> </tr> </tbody> </table> <div dmcf-pid="t1lHYltsI2" dmcf-ptype="general"> <br>카메라가 해변의 동굴에서 철썩거리는 파도를 조망한다. 구구절절한 해설 자막이나 자료화면 없이 무심한 바닷가의 풍경을 배경 삼아 누군가의 증언이 마치 파도가 실어나른 것처럼 관객의 귓가에 스며든다. 나이든 여성의 목소리로 그날에 일어난 일들이 차례로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div> <p dmcf-pid="Fo6Je6g2r9" dmcf-ptype="general"># 제주읍 오라리, 당시 18세 양농옥의 이야기</p> <p dmcf-pid="3gPidPaVmK" dmcf-ptype="general">일제강점기의 마지막, 2차 세계대전 당시 수없이 많은 조선인들이 일제의 전쟁수행에 동원되어 생면부지의 타향에 흩어졌다. 양농옥 역시 일본에서 유년기를 보내다 해방과 함께 제주로 돌아왔다. 그의 얼굴은 한참 지나서야 공개된다. 얼굴 없는 회고담이 이어진다. 영문도 모른 채 들이닥친 토벌대가 집을 불태우고 가산을 약탈하며 마을 주민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목격한 그의 경험담은 담담하게 이어지기에 더욱 심장이 오그라들게 만든다. 어쩌면 이웃이었을 토벌대가 휩쓸고 나면 그들의 부인들이 나타나 걸친 것 하나까지 값나가는 것들을 모조리 빼앗았다고 한다. 생사여탈 권을 거머쥔 이들이 드러낸 무도함과 잔혹함의 말단일 테다.</p> <p dmcf-pid="0SkIskvaEb" dmcf-ptype="general">인근 마을에서 좌익 야산대의 습격으로 경찰 1명이 살해되자 경찰은 보복으로 그의 마을 유지 9명을 총살했다고 한다. 양농옥의 아버지는 이승만의 집권에는 반대했다지만('부자집 아들 미국 가서 영어나 배우고 온 놈인데!') 딱히 정치 활동에 참여하거나 조직에 가담한 적이 없는데도 죽임을 당했다. 아버지 외에도 마을 학교의 교사나 식자층은 몰살 당했다. 마치 동유럽에서 열등 인종 청소라며 지역사회 엘리트 집단을 말살하려 했던 나치독일과 소련의 경쟁을 보는 느낌이다. 거의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다.</p> <p dmcf-pid="pvECOETNOB" dmcf-ptype="general"># 제주읍 화북리, 당시 20세 박순석의 이야기</p> <p dmcf-pid="UTDhIDyjOq" dmcf-ptype="general">박순석은 자신이 남로당원이었다고 담담히 밝힌다. 당연히 마르크스 레닌주의 학습도 받게 되었지만 정작 엄중한 분위기 탓에 그 '지하학습'은 제대로 받지도 못해본 채 전원이 지목되어 훗날 자신을 뺀 나머지는 모두 총살 당했다고 한다. 그는 살기 위해 산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끔찍한 이야기에 어울리게 화면에는 거센 비바람과 진눈깨비가 몰아치는 산속 풍경이 드리워진다. 낡은 팻말이 강풍에 끊임없이 흔들린다. 바짝 클로즈업된 팻말에는 '곤을동 초토화 작전으로 사라진 마을 터'라 표기되어 있다.</p> <p dmcf-pid="uhtzut9Hrz" dmcf-ptype="general">박순석은 하지만 제대로 된 빨치산 게릴라는 아니었던 것 같다. 4.3 이후 1달여가 지나 5.10 선거 전날 입산했다가 투표가 끝나면 곧 내려올 생각이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지목'을 당한 바람에 그의 산속 생활은 기약 없이 길어졌다. 하지만 정작 그는 총 한 번 쥐어볼 기회가 없이 주민들이 보내주는 지원물자 담당으로 '총무' 활동밖에 경험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다 체포되어 폐공장에 갇혀 있다 갑자기 불려 나온 부둣가에서 구두로 3년 구형을 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배에 실려 육지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지 행선지도 모른 채 도착한 곳이 형무소라는 걸 듣고 나서야 오히려 이제는 살았다며 주변이 얼싸안고 울었다 한다. 대체 그 당시 제주는 어떤 땅이었기에.</p> <p dmcf-pid="7lFq7F2XD7" dmcf-ptype="general"># 표선면 가시리, 당시 22세 박춘옥</p> <div dmcf-pid="zS3Bz3VZwu" dmcf-ptype="general"> 그는 일제 말의 혼란 속에서 처녀로 있으면 잡혀간다며 일찍 결혼해 4.3 당시 2살 난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 물정 딱히 잘 알지 못했지만 주변의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흉흉해져만 갔다는 회상과 함께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하늘의 구름이 천천히 움직이는 광경이 펼쳐진다. 어두워지자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귀청을 찢는다. 현실에서 평온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백구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비되는 배치다. 불꽃놀이 중인지 하늘이 점점 불그스름하게 변한다. 진눈깨비가 휘날리고 불꽃으로 인해 온통 연기가 자욱하다. 그런 가운데 당시 경찰이 마을의 초가집들을 어떻게 방화했는지 조곤조곤 목소리로 증언은 이어진다. 마치 '하늘과 땅이 딱 달라붙은' 형상으로 구릉 지대에 따닥따닥 붙어있던 마을들이 불태워지던 그날의 재연 속에 배경음악은 지독한 불협화음으로 이어진다. <br>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qC17U1KGsU"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6113aziq.jpg" data-org-width="1280" dmcf-mid="YVgkALmem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6113aziq.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무브먼트</td> </tr> </tbody> </table> <div dmcf-pid="Bhtzut9Hsp" dmcf-ptype="general"> <br># 남제주군 의귀리, 당시 23세 송순희 </div> <p dmcf-pid="blFq7F2XE0" dmcf-ptype="general">상대적으로 고령에다 귀도 먹은 송순희와의 인터뷰는 애를 먹는다. 딸들이 통역 겸 보조 증언자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참 후에야 상황을 인지한 그는 의외로 또렷하게 회고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총에 맞아 죽는 건 차라리 행복하고 편안한 죽음이었다며 송순희는 복잡한 4.3 당시 상황을 들려준다. 군인과 경찰은 물론 한 동네 살던 이웃이 왕대나무로 죽창을 만들어 학살에 가담하던 혼란상이 그렇게 재구성된다. 처음엔 어린아이나 부녀자는 안 죽이겠지 하던 기대는 부질없었다. 아이도 죽이고 엄마도 죽이는 인외마경의 풍경 속에서 초반에 야산대의 습격으로 동료를 잃은 원한에 경찰은 무조건 닥치는 대로 다 죽이려 하고 그걸 보다 못한 군인들은 말리는 혼돈이 펼쳐진다.</p> <p dmcf-pid="K04eM4LKs3" dmcf-ptype="general">영문도 모른 채 체포된 뒤 형무소에서 주는 주먹밥을 아들에게 나눠 먹이던 한계를 초월한 모성애도 부질없이 아들은 엄마가 맞던 매가 빗맞은 상처가 곪아 끝내 죽고 만다. 1년 구형을 받고 자신은 형무소로 가지만 시어머니는 석방되어 다행인 줄 알았는데 집으로 돌아간 시어머니를 경찰이 끌어내 처형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만다. 정작 형무소에서 간수가 혐의를 보고 나서는 어이가 없다며 건의해 조기 석방 대상이 되었다는 후일담과 함께 눈 덮인 무덤 풍경이 배경으로 깔린다.</p> <p dmcf-pid="9p8dR8o9OF" dmcf-ptype="general">그는 심지어 임신한 상태였다고 한다. 아들을 잃고 나서 이감된 안동형무소에서 출산했지만 그 아이도 죽고 만다. 그 직후 석방된 송순희는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남편 역시 죽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살기 위해서라도 재가하라는 권유로 몇 달 후 혼인해 떠나지만 정작 남편은 살아서 몇 년 후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 기구한 체험으로 청춘을 다 보내고 생이별한 경험담을 그는 재혼 후 낳은 딸에게만 평생 들려줬고, 딸은 그 때문에 또 다른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다. 그 지독한 경험 때문에 송순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열린 5.18 진상조사 청문회를 빠지지 않고 전부 다 시청했다고 한다. 1980년 광주가 폭동일 리 없다는 확신과 함께 말이다.</p> <p dmcf-pid="2U6Je6g2wt" dmcf-ptype="general"># 표선면 가시리, 당시 20세 김묘생</p> <p dmcf-pid="VGzf2zQ0I1" dmcf-ptype="general">그 역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4.3 당시 일을 말하면 잡혀간다며 두려움에 시달렸다고 한다. 해방전후 혼란기에 공부도 해보고 싶었지만 당시 흉흉한 시대 분위기 때문에 배움의 장소인 야학에 갈 수 없어 포기했다고 한다. 밤에 처자가 돌아다니는 걸 가족들이 염려했기 때문이다.</p> <p dmcf-pid="fHq4Vqxpw5" dmcf-ptype="general">앞선 증언자들과 거의 동일한 학살의 체험담이 한참 예열과정을 거쳐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또다시 관객의 귀에는 약탈과 방화와 총살의 광경이 그려진다. 그의 가족을 총으로 쏴죽인 군인들은 김묘생이 산으로 도망가자 쫓아와 죽이려 했다. 살고 싶다는 일념으로 그는 군인의 총을 움켜쥐고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왜 날 죽이려 하느냐며 악다구니를 질렀다. 예상하지 못한 항변에 당황한 군인은 얼른 숨으라고, 다른 군인들을 피하라며 놓아줬고, 한참 숨어 있다 불타버린 집터로 돌아오니 남자형제들이 이미 그가 죽은 줄 알고 시신을 잿더미 속에서 찾다가 놀랐단다.</p> <p dmcf-pid="4XB8fBMUEZ" dmcf-ptype="general">그렇게 5명의 전주형무소 여성수감자들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p> <p dmcf-pid="8KdNgdEQOX" dmcf-ptype="general">왜 잡혀왔는지 혐의라도 추정해보라는 권유에 야산대가 찾아와 식량을 청하길래 간장병에 쌀 2홉을 전해준 게 전부라고 회고한다. 원래 제주는 쌀이 귀한 곳이라 주려 해도 줄 게 그것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체포된 후 그 부역죄는 쌀 몇 가마로 갑자기 늘어난다.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패다 때리기도 지친다던 경찰은 전기고문도 수시로 자행했다고 한다. '악질'로 지목 당해 온갖 고문에 당하다 보니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쌀 50가마를 공물로 냈다는 '소극적 저항'을 담담히 이야기하는 온화한 표정이 부조리극 그 자체다. 그런 증언과 함께 오래된 형무소 벽을 따라 을씨년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p> <div dmcf-pid="69JjaJDxOH" dmcf-ptype="general"> <strong>4.3 수형인명부라는 유일무이한 공식기록의 발견</strong> <br>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PHq4VqxpmG"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9386nfvb.jpg" data-org-width="1280" dmcf-mid="Hp0q7F2XO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09386nfvb.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무브먼트</td> </tr> </tbody> </table> <div dmcf-pid="QXB8fBMUwY" dmcf-ptype="general"> <br>4.3 사건은 공식적인 희생자 기록이 제대로 남아 있지 않다. 의도적인 은폐와 혼란의 극을 달리던 고립된 섬에서의 학살극 관련 기록의 부재가 혼재된 모양새다. 그런 가운데 군사재판으로 전국 10여 곳 형무소로 이감된 2530명의 수형인명부가 사실상 유일한 공식 기록물인 셈이다. 4.3 도민연대는 2013년부터 정부의 책임 있는 조사를 요청했으나 무응답만 거듭될 뿐이었다. 결국 당사자들이 직접 일일이 조사와 공론화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div> <p dmcf-pid="xZb64bRumW" dmcf-ptype="general">오랜 자료 수집 끝에 2018년에 전주형무소 위주로 18명의 재심이 청구되었고, 2019년 1월 전원을 대상으로 '공소기각', 즉 무죄판결이 이뤄진다. 시시비비 따질 것도 없이 절차 전부가 불법적이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변호권은 물론 기본적인 재판 절차가 하나도 이뤄진 게 없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를 위해 당사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다년간의 수고를 생각하면 2차 가해라 해도 모자랄 게 없는 결판이 아닐 수 없다.</p> <p dmcf-pid="ylFq7F2Xwy" dmcf-ptype="general">공식 기록 집계가 없다 보니 4.3 특별법이 제정되는 전후에도 정작 실종자 조사는 해도 군사재판 기록은 마치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채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던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 기득권층이 4.3을 불편해하고 망각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떠올려보면 이건 방조가 아니라 고의적인 은닉이라 봐도 무방할 테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의 수고가 그런 방관과 음모에 작은 균열을 기어코 만들어낸 셈이다. 영화 속에서 증언된 것처럼 4.3은 그저 끝나고 만 사건이 아니라 과잉된 이념대립을 빌미로 유고슬라비아 내전처럼 이웃간에 벌어진 골육항쟁이자 그 결과로 인한 갈등이 현재까지 또아리를 튼 채 지역사회 곳곳에 남은 사례이기에, 과거사 청산이 곧 대안적 미래로 연결되는 과제이기에 그 의미와 필요성은 결코 과거형이 될 수 없을 것이다.</p> <div dmcf-pid="WS3Bz3VZwT" dmcf-ptype="general"> <strong>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지적 성찰의 한 궁극점</strong> <br>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Yv0bq0f5wv"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11930btba.jpg" data-org-width="1280" dmcf-mid="Bkzf2zQ0E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16/ohmynews/20240416111811930btba.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strong>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무브먼트</td> </tr> </tbody> </table> <div dmcf-pid="GDWt5WUlsS" dmcf-ptype="general"> <br>김경만 감독의 이전 작업들을 몇 편 본 적이 있다. 감독은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 계에서도 '아카이브' 자료를 잘 이용하고 '파운드 푸티지', 즉 이미 존재하는 개별 영상을 활용해 하나의 주제로 묶어내는 장르의 대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런 감독의 예전 작업을 흥미롭게 본 입장에서 <돌들이 말할 때까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처음엔 당황스럽게 다가왔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아카이브 자료를 구하려 해도 고의적으로 은폐되거나 파기되는 바람에 남은 게 없는 것이다. 없는 걸 사용할 순 없지 않은가. 어쩌면 미군정 비밀자료로 봉인되어 있을 순 있겠지만 독립다큐멘터리 작가가 접근하기엔 거의 불가능한 출처일 것이다. </div> <p dmcf-pid="HwYF1YuSIl" dmcf-ptype="general">그런 제약을 감독은 자신의 작업 스타일을 이어받되 상이한 방법론으로 돌파한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마지막 목소리들을 채록하고, 이미 사라진 과거의 흔적을 대신해 이 모든 것을 말 없이 지켜보고 기억하고 있는 제주의 자연을 증언자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그냥 촬영한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풍경들이 증언과 화학적 결합을 통해 무언의 증인으로 자리를 지킨다. 스크린을 지켜보는 관객은 4.3 재심의 방청객이 된다. 영화 속 재심 공판 결심 법정 전후의 광경은 무척 천천히, 그리고 고요하게 조성된다. 생존자들의 표정이 조금씩 침묵에서 소리 없는 미소로 번지는 과정을 풀어내기 위한 세심한 배려다.</p> <p dmcf-pid="XrG3tG7vOh" dmcf-ptype="general">그리고 재판의 결과 무죄선고가 이뤄지자 그동안 진눈깨비와 거센 바람이 가득하던 제주의 자연은 축사를 보내려는 듯 계절의 변화로 화답한다. 눈에 덮혀 있던 산간 구릉의 돌덩이들은 서서히 눈이 녹아내리며 현무암의 고유한 질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대자연의 푸르름이 영화 내내 최초로 묻어난다. 돌멩이들이 제주라는 공간의 숨은 힘을 상징하고 차례로 모습을 드러내듯 진실 역시 감춰둘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화면 가득 퍼져나간다.</p> <div dmcf-pid="ZWu2Ku6FOC" dmcf-ptype="general"> 생존자들은 인터뷰에서 말한다. 4.3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는 것만으로도 여한이 없다며, 하지만 무엇인가 기록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후대엔 알 수 없지 않겠냐는 염려는 비록 미약하나마 재심 결과로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 감독의 카메라는 다년간 이 과정을 함께 역사의 진실을 잃지 않으려는 이들과 함께 치러낸다. 감독의 작품 중 처음으로 극장에서 개봉하는 해당 작업은 작가적 야심이 아니라 영화 촬영에 응하는 대신 반드시 육지에서 개봉하길 소망하던 생존자들에 대한 화답의 과정으로 이어지는 행보다. 역사의 업보를 자신들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은폐하려는 자들의 온갖 패악질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제목을 차지한 검푸른 화강암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을 소리없는 사자후로 웅변하는 소중한 작업이다. <br> </div> <table align="center" dmcf-pid="5Y7V97P3EI"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align="middle" bgcolor="#efefef" height="20px"><작품정보></td> </tr> <tr> <td bgcolor="#ffffff" height="50px" valign="top">돌들이 말할 때까지 Until the Stones Speak<br> 2024│한국│다큐멘터리<br> 2024.04.17. 개봉│100분│12세 관람가<br> 감독/촬영/편집 김경만<br> 출연 양농옥, 박순석, 박춘옥, 김묘생, 송순희<br> 면접 조사 김영란, 강미경<br> 제작 (주)영화사백호<br> 배급 (주)디스테이션/무브먼트<br> 홍보/마케팅 무브먼트<br> 온라인 마케팅 루미네(주)<br> 포스터 디자인 빛나는<br> <br> 2022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용감한 기러기상<br> 2023 18회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뉴아시안커런츠 부문 공식 초청<br> 2023 18회 제주영화제 제주트멍</td> </tr> </tbody> </table>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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