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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종석의 그라운드] 국대 한솥밥…‘늦깎이’ 마다솜과 ‘특급 떡잎’ 윤이나의 엇갈린 운명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6
2024-09-30 06:38:00
<div><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09/30/0000010136_001_20240930063812149.jpg" alt="" /><em class="img_desc">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챔피언조로 맞붙은 마다솜과 윤이나. 박태성 작가 제공</em></span><br><br></div>29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나금융그룹(회장 함영주)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는 3만8723명의 갤러리가 몰려들었습니다. 대회 운영을 맡은 프레인글로벌(대표 김평기)의 관중 집계에 따르면 대회 기간 나흘 동안 총 7만2365명이 골프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지난해 총 갤러리 숫자 5만6119 명을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br> <br>이 같은 흥행 대박은 역세권(공항철도 청라역 인근) 골프장에서 대회가 열린 데다 화창한 가을 날씨도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인기스타들이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br> <br>3라운드까지 윤이나(하이트진로) 김수지(동부건설) 마다솜(삼천리)이 공동 선두로 4라운드에 들어갔습니다. 윤이나는 이번 시즌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인공 아닙니까. 오구 플레이 징계 후 복귀 해 뜨거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수지는 2022년 이 대회 우승자로 2년 만의 정상 복귀를 노렸습니다. 상대적으로 마다솜은 다른 두 선수 보다 지명도가 낮긴 했지만 결국 신들린 듯 한 플레이를 펼쳐 청자 우승 트로피를 안는 주인공이 됐습니다.<br> <br>마다솜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 9개와 이글 1개를 기록해 11언더파 61타를 몰아쳤습니다. 흔히 골퍼들 사이에서 말하는 ‘그분이 오신’ 날이었습니다. 이로써 마다솜은 최종 합계 19언더파 269타로 2위 윤이나를 9타차로 따돌렸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09/30/0000010136_002_20240930063812196.jpg" alt="" /></span><br><사진>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마다솜이 소속사인 프레인글로벌 직원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KLPGA 제공<br> <br>KLPGA 투어 18홀 최소타 기록 60타에 딱 1타가 부족했습니다. 60타의 주인공은 2017년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이정은과 올해 KLPGA 챔피언십 4라운드 전예성입니다. KLPGA투어에서 9타차 우승은 2000년 이후 최다 타수치 우승 타이기록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마다솜은 타의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지난해 9월 OK금융그룹 읏맨오픈에서 KLPGA투어 첫 승을 신고한 뒤 1년 만에 통산 2승째를 따냈습니다. 우승상금은 2억7000만 원에 이릅니다. 대회 2라운드가 열린 27일이 자신의 25번째 생일이었던 마다솜은 자신의 2승을 모두 9월에 달성하는 기분 좋은 진기록도 세웠습니다. 마다솜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회사가 이번 대회를 깔끔하게 운영했다는 호평을 들은 프레인글로벌(스포티즌)이었기에 기쁨 두 배였습니다.<br> 이날 승부는 일찌감치 마다솜에게 기울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골프팬들은 특히 마다솜과 윤이나의 짜릿한 접전을 기대하기도 했는데요. 두 선수의 남다른 인연 때문입니다.<br><br><사진> 2020년 골프 국가대표 시절 동료들과 함께 한 마다솜과 윤이나. 김주연 코치 제공<br><br> 마다솜과 윤이나는 2020년 골프 국가대표로 한솥밥을 먹었습니다. 당시 마다솜의 나이는 21세였고, 윤이나는 17세였습니다. 나이는 한참 어렸지만 윤이나는 이미 16세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기 시작한 2년차 국가대표였던 반면 마다솜은 20대에 접어들어 뒤늦게 국가대표가 됐습니다. 당시 국가대표 여자팀을 이끌었던 김주연 코치는 “마다솜 선수가 주장을 맡아 팀을 이끌었다. 마다솜 선수가 윤이나만큼 장타를 치고 퍼팅 능력까지 뛰어났다”라고 말했습니다.<br> 마다솜은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되는 한국 국가대표가 꼭 되고 싶어 프로 데뷔까지 미뤘을 정도였습니다. 한국체대에 입학한 뒤 비로소 그 꿈을 이뤘습니다.<br> KLPGA투어의 간판선수들은 대부분 아마추어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에 뛰어드는 게 일반적인 엘리트 코스입니다. 최근에는 김효주, 최혜진, 박현경, 임희정, 유해란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한골프협회(회장 강형모)의 국가대표 선발 및 육성 시스템의 다른 종목의 모범이 될 정도라고 하네요. 선발전 포인트에 따라 엄정하게 뽑은 뒤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과 국내 프로대회 출전 기회를 부여해 기량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br><br><사진> 아마추어 골프 국가대표 시절 해외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 마다솜과 윤이나. 이예원, 홍정민 등의 모습도 보인다. 김주연 코치 제공<br><br> 마다솜과 윤이나 역시 국가대표 경험을 통해 기본기를 강화하고 멘탈 능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두 선수와 같은 2020년 국가대표 팀에는 이예원과 방신실, 홍정민 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선수들 역시 어느덧 KLPGA투어의 강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죠. US여자오픈 챔피언 출신인 김주연 코치는 “신실이가 첫 대표 팀 합숙 때 룸메이트가 이나였다. 이나는 계속 대표 팀 멤버여서 뉴페이스 신실이와 같은 방을 쓰게 됐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코치에 따르면 방신실과 윤이나 모두 자기관리가 철저하고 정리정돈을 잘했다고 한다. 윤이나가 방에서 쉴 때 개인보강운동을 하면서 방신실과 같이하기도 했답니다. 대학교 3학년이었던 마다솜 역시 맏언니답게 대표 팀에서 모범적인 모습으로 솔선수범했다는 게 김 코치의 회상입니다.<br> 성남 남서울CC 제2연습장에서 골프 아카데미를 하고 있는 김주연 코치는 ”다솜이와 이나 모두 훈련 내내 힘들었었고 불평이 있었을 텐데도 웃으면서 끝까지 잘 참아주고 견뎌냈다. 이렇게 큰 선수가 성장한 걸 보니 뿌듯하고 감사할 일이다“라고 흐뭇해하더군요.<br> <br><사진> 2022년 KLPGA투어에서 다정하게 카메라 앞에 선 마다솜과 윤이나. 박태성 작가 제공.<br><br> 한국체대(총장 문원재) 5년 선후배이기도 한 마다솜과 윤이나는 안타까운 기억도 있습니다. 윤이나는 2022년 6월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CC에서 열린 제36회 DB그룹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 1라운드에서 거센 논란을 일으킨 오구 플레이에 휩싸였습니다. 이 때 같은 조였던 선수들이 KLPGA투어 루키였던 마다솜과 권서연이었던 거죠. 윤이나는 15번 홀에서 친 티샷이 오른쪽 러프에 빠진 뒤 자신의 공이 아닌 다른 공으로 플레이를 진행하면서 결국 3년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고 필드를 떠나게 됐죠. ‘오구플레이 사건’ 당시 같은 조로 플레이했다는 이유만으로 골프계에는 이런저런 괴담과 오해가 떠돌아다니면서 윤이나, 마다솜과 그 주변 인물들 모두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소문도 나왔습니다. 윤이나를 도왔던 캐디가 나중엔 마다솜의 백을 메기도 했죠.<br> 양심불량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자숙하던 윤이나는 징계기간이 1년 6개월로 줄어들면서 올해 다시 KLPGA투어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윤이나는 8월 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마다솜보다 앞서 통산 2승째를 올렸습니다.<br><br><사진> 같은 조에서 우승을 다퉜던 마다솜에게 승리를 축하해 주고 있는 윤이나. 박태성 작가 제공<br><br> 다시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이날 마다솜이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같은 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치던 윤이나가 조심스럽게 물병을 들고 마다솜에게 다가가 축하 세례를 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몰려들자 윤이나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더군요. <br><br><사진> 삼다수 마스터스 우승 후 동료들의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는 윤이나. KLPGA 제공<br><br> 윤이나가 오구플레이로 도마에 오르면서 그가 우승을 하면 동료들이 축하 물을 뿌려줄까 말까가 관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호사가들의 시선과 달리 KLPGA투어들은 오히려 성숙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윤이나가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하자 다른 선수들이 그에게 물을 뿌리며 축하를 해줬던 것이지요. <br> 동료들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윤이나는 “처음보다 다른 선수분들이 조금 더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고 수고했다, 잘했다고 해주기도 한다. 앞으로 계속 경기를 해 나가면서 계속 선수들에게 조금 더 밝게 인사하고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동료들이 물 뿌려준 데 대해서는 “너무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그 상황에서 물 뿌려주는 것이 축하의 의미인 것 같아서 진심으로 감사했다”라고 소감을 밝히더군요. 이 장면을 지켜본 방송 중계 해설가는 ‘속죄’ ‘성수(聖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br> 윤이나는 중학교 때부터 국내 최고권위의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로 신동 대접을 받았습니다. 고속 질주를 하다가 ‘오구 플레이’라는 불미스러운 사건을 일으켜 선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가 다시 실추된 명예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br><br><사진>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는 마다솜. 박태성 작가 제공<br><br> 반면 마다솜은 캐나다 유학 시절 우연히 접한 골프의 매력에 빠져 들어 채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중고 시절 무명에 가까웠으나 20대 대학생으로 뒤늦게 국가대표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안았습니다. 프로 데뷔도 늦었지만 만개한 기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다솜과 동갑내기인 최혜진과 이소미가 진작 KLPGA투어 정상급 반열에 올라선 걸 보면 속이 상할 만도 해보입니다. 국가대표도 여러 차례 낙방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br> 하지만 그러면서 오히려 내면은 단단해졌습니다. 마다솜은 “아마추어 시절의 꿈이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상비군에 머물렀다. 그래서 대학에 가면서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남보다 늦은 만큼 조금 더 길게 투어 활동을 하고 싶다”라며 롱런 의지를 밝혔습니다. 우승 비결을 묻자 “단순함을 추구했다”라고 말하더군요. 마다솜이 속한 삼천리 골프단 이유진 감독은 “다솜이의 장점은 멘탈이 한결같아요.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항상 똑같고 성실한 선수”라고 칭찬했습니다.<br> 윤이나와 마다솜은 모두 고운 한글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윤이나는 ‘윤이 나다’에서 따와 반짝반짝 빛을 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합니다. 다솜은 ‘애틋하게 사랑하다’라는 의미입니다. 골프는 흔히 인생에 비유됩니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는 말도 있죠. 마다솜과 윤이나의 필드 역정도 그런 것 같습니다. 남보다 빠르다고 목에 힘줄 필요도 없고, 설사 늦더라도 고개 숙이지 마시길. 가수 장혜진이 ‘내게로’라는 곡에서 그렇게 불렀던가요. “숨이 찰 땐 걸어오렴. 힘이 들 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우린 아주 먼 길을 가야만 해. 서두르지마.”<br> <br> 사족. KLPGA투어 시즌 상금 2위, 3위 박현경과 윤이나는 이번 대회를 통해 나란히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로써 KLPGA투어에서는 처음으로 3명의 선수가 시즌 상금 10억 원을 넘기게 됐습니다. 박지영이 10억6027원으로 상금 1위를 지킨 가운데 박현경(10억4294만원, 윤이나(10억3860만원)가 그 뒤를 쫓고 있습니다. 10월에는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 열립니다. 시즌 막판을 맞아 대상, 상금왕 등 개인 타이틀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 그만큼 팬과 미디어의 관심도 증폭되겠죠. KLPGA투어 복도 참 많아 보입니다.<br> <br>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 <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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