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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양궁 교과서의 정석, 오뚝이 궁사 이우석

온카뱅크관리자

2024-07-30 17:26:00

양궁 전 종목 석권을 향한 또 한 발자국을 내디뎠다. 김우진(32·청주시청), 이우석(27·코오롱), 김제덕(20·예천군청)이 호흡을 맞춘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30일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프랑스를 5대1로 완파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2016 대회부터 이 종목 3연패다. 일본을 6대0, 중국을 5대1로 따돌리고 결승으로 순항한 한국. 홈 이점을 누린 프랑스를 만났지만 ‘월드 클래스’는 다르다는 사실을 세상에 또 알렸다. 이번 대회 양궁엔 총 5개의 금메달(남녀 단체, 남녀 개인, 혼성)이 걸려 있다. 앞서 임시현(21·한국체대), 전훈영(30·인천시청), 남수현(19·순천시청)이 나선 여자 단체전에 이어 양궁 두 번째 금메달. 시드를 정하는 랭킹 라운드부터 낭보가 속속 전해지며 전 종목 석권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국 양궁은 2016 대회에서 양궁 금메달(4종목)을 싹쓸이한 바 있다. 혼성 단체전이 추가된 2020 대회에선 남자 개인전을 제외하고 4개의 금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들은 이날부터 정상에 서기 위한 또 다른 여정에 나섰다. 남은 메달들의 주인공은 다음 달 2~4일 정해진다. ◇오뚝이 궁사 이우석 60점 만발. 결승전에서 첫 사수 이우석이 보인 모습은 ‘양궁 교과서’ 그 자체였다. 흔들리지 않는 활, 과녁 정중앙을 응시하는 눈빛, 그리고 결과까지. 첫 두 발은 엑스텐(X10·0점 표적 중 안쪽 원에 맞히는 것)이었다. “올림픽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궁사는 자신의 첫 올림픽 첫 종목에서 꿈을 이뤘다. 2013년 한국 양궁계는 들썩였다. 신궁 계보를 이을 어린 스타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바로 이우석이었다. 고교생이었던 그는 그해 전국체전에서 5관왕에 올랐다. 강력한 대회 최우수 선수(MVP) 후보로 꼽힌 이우석은 당시 4관왕을 한 수영 박태환(35)에게 밀려 아쉽게 영예는 놓쳤지만 이름 석 자를 양궁계에 각인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이후에도 세계 최강인 한국의 국내 대회에 나서 1등을 하는 건 이우석에게 예삿일이었다. 그런데 유독 국제종합대회와는 인연이 잘 닿지 않았다. 늘 한 끗 차이였다. 냉정하기로 명성이 자자한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평가전을 거쳐 국제종합대회에 나서려면 아시안게임 기준 최종 4위, 올림픽은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그런데 이우석은 2014 아시안게임을 앞두곤 5위, 2016 올림픽에 앞서서는 4위를 해 고배를 마셨다. 2018년 평가전에선 김우진에 이어 2위에 자리, 고대하던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운명의 장난처럼 개인전 결승 상대는 계속 한 발 앞섰던 김우진. 그는 결국 대표팀 선배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을 땄다. 당시 이우석은 현역 이등병이었다.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이 가능했다. 하지만 대표팀 선배는 ‘승부는 냉정하다’는 교훈을 줬고, 이우석도 “남자라면 다녀와야 하는 군대, 열심히 할게요”라며 웃었다. 이후에도 이우석의 국제종합대회 출전은 녹록지 않았다. 2020 올림픽은 탈락했고 2022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최종 4위를 했지만 코로나로 대회가 연기돼 아예 없던 일이 됐다. 하지만 이우석은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그는 “허탈한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법을 배워 나갔다”고 했다. 작년 열린 아시안게임과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에선 나란히 2위를 해 출전권을 따냈다. ◇”나는 재능 30, 노력 70 궁사” 이우석에게는 타고난 운동신경이 있다. 초등학생 시절 양궁을 시작하기 전 기계체조를 했고, 인천체고 재학 시절에는 복싱 등 다른 종목 코치들이 이우석에게 “우리한테 와라”라고 농담 섞어 말하기도 했다. 축구도 곧잘 한다. 다만 그는 “난 노력이 70%”라고 말한다. 활을 처음 잡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남들보다 2~3시간은 더 훈련해야 직성이 풀렸다. 야간 훈련이 일상이 된 고등학생 때는 하루 이틀꼴로 코피를 쏟았다. 성인이 된 지금도 휴가 일부를 반납하고 훈련에 나설 정도다. 상처투성이인 손을 보고 친구들은 ‘개구리 손가락’이라 불렀다. 힘들어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는 “이런 과거가 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두 자양분”이라고 말했다. 피나는 노력, 풍파를 거쳐 더 강해진 이우석이 드디어 올림픽에서 첫 금빛 화살을 날렸다. “결승전 딱 들어갔는데 오히려 긴장이 안 되던데요? ‘이거 오늘, 날이구나’ 했죠.”